창(唱)자가 직접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연주 형태
판소리 창법으로 노래하면서 가야금 혹은 거문고, 해금 등을 이용하여 산조의 연주 기법으로 반주하는 연주 형태를 말한다.
병창(竝唱)의 연주형태가 언제부터 발생하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다음과 같은 기록을 통하여 병창의 형태가 발생하였음을 추론할 수 있다.
1. 『삼국사기』 제48권 열전 제8에 백결선생이 금(琴)을 뜯어 절구공이 소리를 내었다 그 이름을 대악(碓樂, 방아타령)이라고 한 기록.
2. 『열자(列子)』 「천서편(天瑞篇)」에서 백결선생이 사모했다는 영계기가 금(琴)을 연주하면서 노래를 불렀다는 기록.
3. 신라 토우(土偶) 중 주악 토우에 고대 현악기인 [고(鼓), 고의 한역(漢譯)이 琴]를 연주하면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
4. 백제 금동용봉봉래산향로(金銅龍鳳蓬萊山香爐)에 나타난 악사가 정면을 바라보고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
5. 고려시대 이규보(李奎報, 1168~1241)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과, 조선시대 학자 성현(成俔, 1439~1504)의 『용재총화(慵齋叢話)』 등에서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연주하며 시를 읊거나 노래를 얹어 불렀다는 기록.
6. 고려시대 도자기(청자 악기 연주하는 인물 무늬 매병)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모습.
7. 『태조실록』 4권, 태조 2년 7월 26일 기사(1393년 명 홍무 26년)에 ‘현가(絃歌)한다’고 하여 노래와 현악기를 연주한 기록. 8. 조선 중기 의병장인 정경운(鄭景雲, 1556~1610)이 쓴 『고대일록(孤臺日錄)』에 가금(歌琴), 즉 노래하며 가야금을 연주하였다는 기록. 9.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 제14권 : 남호 범주기(南湖汎舟記)에서 스스로 노래 부르고 가야금으로 화답했다는 기록. 이상의 내용으로 미루어 병창의 연행방식은 이미 오랜 전통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판소리나 단가와 같은 음악을 노래하는 병창의 연주 형태는 19세기 후반에 형성된 것이다.
○ 역사적 변천 과정 가야금의 전신으로 여겨지는 고대 현악기 ‘고(鼓)’를 연주하면서 노래하는 병창의 형태가 이미 상고시대부터 있었던 것으로 짐작하며, 이후 조선시대까지 문헌을 통해서도 병창의 형태를 찾을 수 있다. 오늘날 직접적으로 악기를 타면서 판소리, 민요 등의 노래를 불렀다는 병창의 형태는 19세기 초 신재효(申在孝, 1812~1884)가 정리한 〈변강쇠가〉에 나타나는데 이 사설에는 가야금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다. 즉 이 시기에 판소리나 단가를 부르며 가야금을 연주하는 형태의 가야금병창이 나타나고 이후 거문고병창이나 해금병창 등으로 전파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거문고병창이나 해금병창은 연주자의 수도 많지 않고 활발히 연행되지 않아 현재 병창이라 하면 대개 가야금병창을 일컫는 경우가 많다.
○ 음악적 특징 현재 병창의 장단은 판소리의 장단을 사용한다. 다만 판소리가 다양한 장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병창은 주로 중모리, 중중모리가 가장 많이 사용된다 ○ 형식과 구성 현재 연행되고 있는 가야금병창, 거문고병창, 해금병창은 악기의 소재만 다를 뿐 연주자가 직접 노래를 하면서 그 노래에 맞는 반주를 악기로 연주하는 형태이다. 연주자는 노래하면서 주로 전주나, 간주, 후주 등을 악기로 삽입하여 노래의 선율을 강조하거나 반복한다. 또한 장단의 시작과 끝에서 반주하면서 장구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판소리와 산조는 각각 음악적으로 대곡이라 할 수 있는데, 병창은 이 둘의 장점을 살려 보다 대중적이고 정감있는 장르로 재탄생하였다는 의의가 있다. 병창에서 주목할 점은 판소리 명인이 스스로 장단을 치거나 악기를 연주했다는 것보다 기악의 명인들이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했다는 기록이 많다는 것이다. 판소리 연주자는 무대에서 악기를 별도로 준비해야 병창의 형식이 가능하지만, 기악 연주자들은 ‘구전심수(口傳心授)’에서 알 수 있듯이 악기뿐만이 아니라 스승의 구음을 통해서 교육받아 어느 정도의 소리가 가능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무대에서는 이미 악기가 있기 때문에 민요나 판소리를 한 자락 얹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병창의 곡목은 판소리에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나 민요 등으로 선정되었다는 특징이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가야금산조 및 병창2, 병창편』, 민속원, 2010. 문재숙, 『가야금을 통하여 본 한국음악사』, score, 2018.
서은영(徐銀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