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할향(初喝香), 할향게(喝香偈), 할향게송(喝香偈-)
불교 의식인 재의 첫 순서에 향을 올릴 때 홑소리로 부르는, 5언 4구 또는 7언 4구의 한문 정형시 게송.
할향은 《상주권공재》와 같은 작은 규모의 의식과 《영산재》 등 큰 규모 의식의 '영산작법' 모두에서 첫 번째로 연행된다. 범패 학습 과정에서 가장 처음 배우는 곡이라는 의미로 ‘초할향(初喝香)’이라는 별칭을 가지며, 1496년 문헌에 처음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깊다. 의식의 종류에 따라 5언 4구 또는 7언 4구 등 서로 다른 가사로 부르는 것이 특징이다.
할향은 현존하는 불교 의식집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진언권공』에 처음 보이며, 작법 절차의 첫 순서 곡으로 기록되었다. 이 기록은 ‘초할향’이라는 별칭이 단순히 범패를 처음 배우는 악곡이라는 의미뿐만 아니 작접 절차 그중에서도 현행 영산작법 절차의 첫 순서에서 부르는 소리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 개요
할향은 '할(喝)'과 '향(香)'을 합친 말이다. '할'은 '일갈(一喝)'이라는 단어에서처럼 '갈'로도 발음되지만, 불교에서는 '할'이라고 읽는다. 이 글자는 본래 '큰 소리로 고함치다' 또는 '위엄 있게 꾸짖다'라는 뜻이며, 불교에서는 '말이나 글로써 나타낼 수 없는 도리를 큰 소리로 외쳐, 학인의 어리석음을 깨우친다'라는 깊은 의미로 통용된다. 즉, '할향'이란 곡명에는 향을 올리는 의식의 시작을 장엄하게 선포하며 부르는 소리임이 내포되어 있다.
○ 용도 및 연행
할향은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의식의 시작을 알리는 절차에서 의식을 집전하는 범패승이 홑소리로 부른다. 게송의 유형은 의식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 《상주권공재》는 5언 4구, 《영산재》, 《예수재》, 《수륙재》는 7언 4구, 《시왕각배재》는 5언 2구와 7언 2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
○ 음악적 특징
5언 4구 또는 7언 4구의 통절(通節) 형식 악곡이다. 1구와 3구의 선율이 일치하고, 2구와 4구의 선율도 거의 같은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단, 마산 지역 범패에서는 1~4구가 모두 같은 선율의 반복으로 구성되기도 한다. 별도의 전주나 후주는 없다. 일정한 장단이 없는 자유 리듬으로 매우 느리고 장엄한 속도로 연행된다. 가사 붙임새는 한 글자에 여러 음이 붙는 ‘일자다음(一字多音)’ 방식이 기본이나, 연주 시간을 단축할 경우 1~3구를 평염불처럼 빠르게 읊는 엮음 방식으로 부르기도 한다.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 음계로 구성된다. 선율은 전반적으로 '도(do′)-라(la)-솔(sol)-미(mi)'로 하행 종지되는 메나리토리가 근간을 이룬다.
범패승의 홑소리로, 깊고 장엄한 발성을 사용한다. 원칙적으로 무반주 독창이다. 다만 의식의 진행을 알리는 신호로 악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경제(京制) 범패에서는 악곡의 끝에 태징을, 영제(嶺制) 범패에서는 시작, 끝, 단락을 짓는 부분에 광쇠를 연주한다.

○ 역사적 변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불교 의식집인 『진언권공(眞言勸供)』(1496)의 작법절차에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영산대회작법절차』(1634), 『오종범음집』(1661), 『제반문』(1694), 『(범어사)어산집』(1700), 『작법귀감』(1826), 그리고 현행 『석문의범(釋門儀範)』(1935)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의식의 첫 순서에 연행되는 악곡으로 수록되어 있다. 이처럼 할향은 조선 초기부터 현재까지 500년 이상의 오랜 전통을 지닌 악곡이다.
○ 노랫말
부처님께 향을 올리며 부르는 노래로, 《상주권공재》, 《영산재》, 《예수재》, 《수륙재》, 《시왕각배재》 등 의식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가사로 부른다.
<상주권공재> 할향의 노랫말
奉獻一片香 (봉헌일편향) 德用難思議 (덕용난사의) 根盤塵沙界 (근반진사계) 葉覆五須彌 (엽부오수미)
번역: 한 조각의 향을 봉헌하오니, 빼어난 그 쓰임을 헤아리기 어려워라. 그 뿌리는 모래알처럼 헤아리기 어렵고, 잎은 전 우주를 두루 덮어주도다.
<영산재> 할향의 노랫말
玉斧削成山勢聳 (옥부삭성산세용) 金爐爇處瑞烟濃 (금로설처서연농) 撩天鼻孔悉遙聞 (요천비공실요문) 戒定慧香熏法界 (계정혜향훈법계)
번역: 옥도끼로 깎은 듯이 산세는 빼어나고, 황금 향로는 연기로 가득하도다. 큰 하늘로부터 해탈의 소리가 들려오니, 계정혜의 삼향(三香)이 온 법계에 두루 퍼지는도다.
<예수재>·<수륙재> 할향의 노랫말
一片栴檀沒價香 (일편전단몰가향) 須彌第一最高崗 (수미제일최고강) 六銖通遍熏沙界 (육수통편훈사계) 萬里伊蘭一樣香 (만리이란일양향)
번역: 한 조각의 전단(栴檀)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귀한 향이니, 수미산의 가장 높은 언덕에서 자라도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무게(六銖)로 사바세계에 퍼지니, 만리의 이란(伊蘭)도 이와 같은 향이로다.
<시왕각배재> 할향의 노랫말
出自須彌巖畔 (출자수미암반) 常在海藏龍宮 (상재해장용궁) 耿耿焚爇金爐內 (경경분설금로내) 上通佛國輿人間 (상통불국여인간)
번역: 수미산의 암반에서 스스로 나온 뒤에 바다 속 용궁에서 비밀의 뜻을 숨겼도다. 황금 향로에서는 향 연기가 그윽하니, 불국토와 인간세계가 서로 통하는도다.
할향은 의식의 성격에 따라 5언 4구 또는 7언 4구 등 다양한 가사로 불리는 점이 특징이다. 조선 초기인 1496년 문헌에 처음 등장하여 현재까지 500년 이상 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다. 또한, 범패승이 가장 먼저 배우는 소리라는 의미의 '초할향'이라는 별칭처럼, 범패 홑소리를 대표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악곡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진언권공(眞言勸供)』
『영산대회작법절차(靈山大會作法節次)』
『오종범음집(五種梵音集)』
『제반문(諸般文)』
『범어사어산집(梵魚寺魚山集)』
『작법귀감(作法龜鑑)』
『석문의범(釋門儀範)』
백일형, 「범패 팔공산제에 대한 연구: 종성ㆍ할향ㆍ합장게ㆍ칠여래ㆍ화청을 중심으로」, 『동양음악』 9, 서울대학교 동양음악연구소, 1987.
법현, 『영산재연구』, 운주사, 2001.
서정매, 「영제 영산작법 절차의 시대적 변천 연구」, 『공연문화연구』 26, 한국공연문화학회, 2013.
서정매, “영제범패 영산작법 연구: 부산어장 용운과 마산어장 석봉을 중심으로”, 부산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서정매, 『영제범패의 전승과 변화 양상』, 민속원, 2017.
양영진, “범패 홑소리의 의식음악 양상 연구: 박송암창을 중심으로”, 한양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20.
이병진, “범패 홋소리 할향의 선율적 고찰: 한동희 소리를 중심으로”,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9.
한만영, 「범패 홋소리의 선율형태: 할향ㆍ합장게ㆍ개계를 중심하여」, 『불교학회』, 1967.
서정매(徐貞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