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죽파 가야금산조
죽파 김난초가 김창조-한성기로 전승된 가락에 자신이 창작한 선율을 추가하여 만든 가야금산조
산조는 『조선음악통론』에 김창조가 심방곡을 변작하여 만들었다고 전한다. 19세기 『금옥총부(金玉叢部)』에 가야금심방곡을 연주한 기록이 있어 독주시나위에서 산조가 비롯된 정황을 알 수 있다. 김창조 이전의 가야금 명인들이 시나위처럼 즉흥성이 강한 허튼가락을 독주로 연주하였다면, 김창조는 이 음악을 우조와 계면조로 조를 구분하고 장단 틀을 갖추어 지금과 같은 산조형식을 정립하였다. 가야금산조는 초기 산조 명인의 가락이 후대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제자들이 학습한 가락을 재구성하거나 자신이 만든 가락을 덧붙이면서 차츰 여러 유파로 분화되었다.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김창조-한성기-김죽파로 이어지는 산조로 김죽파는 김창조가 한성기에게 전한 가락에 자신이 작곡한 가락을 더해 현재의 김죽파류 산조를 정립하였다.
○ 역사적 변천 과정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김창조(金昌祖, 1865~1919)가 제자 한성기에게 전한 산조를 김죽파가 학습한 후 여기에 김죽파 자신이 창작한 선율을 더해 완성한 산조이다. 죽파(竹坡) 김난초(金蘭草, 1911~1989)는 젊은 시절 김운선(金雲仙)이라는 예명으로도 활동하였다. 그는 8세 무렵 가야금산조의 효시로 알려진 조부 김창조에게 가야금을 배웠으며, 김창조 사후에는 조부의 수제자인 한성기(韓成基, 1889~1950)에게 풍류와 산조를 익혔다. 1931년 포리돌에서 녹음한 김운선 가야금산조 즁모리와 원머리 음반에는 김죽파가 학습한 한성기 산조가 충실하게 남아있다.
김죽파의 가야금산조는 그가 중단했던 연주활동을 다시 재개하는 1950년대부터 여러 변화가 나타났다. 당시 성금연류 산조의 휘모리나 김윤덕류 산조의 단모리와 같이 여러 유파에 가장 빠른 악장이 작곡되는 양상을 보면서 김죽파는 세산조시악장을 만들었으며, 심상건(沈相健, 1889~1965)에게 산조를 배운 영향으로 제1현을 원래 음보다 4도 아래음으로 조현하는 겹청조현법을 사용하여 저음역대를 넓혔다. 또한 1979년 국가무형문화재 예능보유자로 지정된 이후에도 계면조 선율을 추가하거나 뒷다스름의 우조 선율을 첨가하여 현재 50여 분의 산조로 정립되었다. 김죽파가 음악대학의 국악과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로 활발하게 전승되었고, 현재는 양승희와 문재숙이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다.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김죽파가 직접 연주한 산조일 경우 〈김죽파 가야금산조〉라고도 부른다.
○ 음악적 특징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다스름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휘모리-세산조시로 구성된다. 다스름은 산조 한바탕을 축약한 듯한 가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진양조는 김창조 계열의 여느 산조와 마찬가지로 우조-돌장-평조-계면조의 순서로 진행된다. 중모리는 경드름·강산제·우조·계면조, 중중모리는 강산제, 자진모리는 계면조·우조·강산제·계면조, 휘모리는 계면조, 세산조시는 계면조·변청강산제 등으로 조가 다채롭게 짜여있다. 특히 세산조시에서 계면조로 일관된 다른 유파와는 달리 변청강산제로 마무리 짓는다. 농현이 깊고 섬세하며 겹청의 저음역이 특징이다. 김죽파는 가야금 제1현을 ‘청’줄보다 4도나 5도 더 낮은 음으로 조율하여 하청 밑에 음을 하나 더 두는 저음을 즐겨 사용했다. 이 조현법은 하청이 한줄 더 있는 대신 고음이 한줄 없게 되어 다른 가야금산조보다 고음을 더 많이 눌러 내야 하므로 깊은 공력이 요구된다.
○ 악기편성 가야금 독주이며, 장구 반주가 따른다.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가야금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의 가락을 한성기가 이어받아 김죽파가 후대로 전수한 산조이다. 김창조는 산조를 오늘날과 같은 형태로 정립시키고 많은 제자를 가르쳐 가야금산조가 다양한 유파로 분화하는데 일조하였다. 김죽파류 가야금산조는 김창조 계열의 대표적인 유파로 김창조가 지향한 산조의 음악세계를 시대에 맞게 확장시킨 산조라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국가무형문화재(1979)
이보형,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7 : 산조』,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87. 뿌리깊은나무 편, 『뿌리깊은나무 산조전집』, 뿌리깊은나무, 1989. 문재숙, 『김죽파 가야금산조 연구 : 역사적 변천과 미의식을 중심으로』, 현대음악출판사, 2000. 국립문화재연구소 편, 『가야금산조 및 병창1 산조편 :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민속원, 2010.
김일륜(金日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