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모리장단은 ‘엇나가게 몰아간다’는 뜻을 담고 있다. 엇모리장단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전통음악에서 엇모리장단과 같은 혼합박자는 매우 다양한 음악에서 발견된다. 《영산회상》의 〈상령산〉ㆍ〈세령산〉, 가곡 등의 풍류음악, 《호남우도농악》의 〈오채굿〉, 《웃다리농악》의 〈칠채굿〉, 경기무악 중 진쇠장단ㆍ올림채장단ㆍ푸살장단, 경상도 무악의 청보장단 등 기층음악까지 2소박과 3소박이 섞인 불균등 박자가 폭넓게 분포되어 있어 그 유래가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용
○ 용도
엇모리장단은 판소리·산조·농악·무가 등의 장단에 널리 쓰인다. 판소리에서 엇모리장단은 중이나 범 등 비범한 인물이나 신비로운 동물이 등장할 때 주로 사용된다. 《심청가》의 〈중타령〉, 《흥보가》의 〈중타령〉, 《수궁가》의 〈도사 내려오는데〉ㆍ〈범 내려온다〉ㆍ〈수궁잔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산조 중에는 가야금산조와 거문고산조에 엇모리장단이 쓰인다.
무악 중에 엇모리장단과 같은 구조로 된 장단으로는 전라도굿의 대왕놀이장단, 전라도와 경상도굿의 시님장단, 경기 남부굿의 가래조장단, 경기 북부굿의 청배세마치장단, 황해도굿의 만세받이장단, 넋풀이장단 등이 있다. 〈화청〉은 태징과 북으로 엇모리장단을 치며 노래하는 불교음악이다. 통속민요 중에는 강원도 지방의 〈강원도아리랑〉이 엇모리장단으로 되어 있다.
○ 음악적 특징
엇모리장단은 한 장단은 매우 빠른 3박자와 2박자가 3＋2＋3＋2박으로 짜여진 10/8박자의 장단이다. 그러므로 10박자의 장단이나 3박자로 된 긴 박자와 2박자로 된 짧은 박자가 섞인 절름거리는 4박자로 느껴진다. 소박 단위로 보면, 총 10박 중 제8박에서 강세를 주는데, 선율이 맺어질 때는 대점을 세게 치고, 선율이 다음 장단과 연결되는 경우에는 박을 약하게 친다.
[표 ] 엇모리 (♩.=144)
○ 악기편성
장단은 북이나 장구로 연주한다. 대개 판소리는 소리북으로 반주하고 민요나 산조에는 장구를 주로 쓴다. 서울ㆍ경기지방 굿에서는 삼현육각을 편성하고 농악에서는 꽹과리(쇠), 징, 장구, 북, 소고(벅구), 호적, 나발 등을 사용한다.
의의 및 가치
엇모리장단은 3+2+3+2박의 혼소박 4박자의 매우 빠른 장단으로, 이와 같은 같은 혼합박자 장단은 정악곡과 민속악을 통틀어 한국음악에 폭넓게 나타난다. 균등박이 아닌 3+2소박 형태의 불규칙한 장단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한국음악의 생성과 발전과정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점이다. 2000년대에 들어 젊은 국악인들을 중심으로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음악문법을 다양하게 시도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