엮음은 '엮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말로, '촘촘하게 엮어 나간다'는 기본 의미가 음악에 적용된 것이다. 이는 문학에서의 '사설', 즉 길게 늘어난 가사를 음악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 때문에 '사설'과 '엮음'이 동일시되는 경우도 있으나, '사설'이 텍스트 자체에 가깝다면 '엮음'은 그것을 빠른 속도로 촘촘하게 엮어 부르는 음악적 행위 및 방식을 뜻한다. ‘엮음’의 음악적 형태는 민요, 휘모리잡가, 사설 시조, 가곡 ‘편’에서 보이며, 주로 느린 악곡인 '긴소리' 뒤에 붙어 짝을 이루는 '긴-자진' 구조를 이룬다.
유래
'긴-자진' 구조에서 사설이 늘어난 부분을 빨리 부르는 방식, 그리고 이를 순우리말 '엮음'으로 불러 온 정확한 역사는 미상이다.다만, 이와 유사한 개념을 한자 '편(編)'으로 표기한 용례는 18세기 후반 가곡을 수록한 문헌인 『유예지(遊藝志)』 등에서 보이기 시작한다.
내용
〇 유형
엮음은 그 구성 방식에 따라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긴소리와 짝을 이루는 유형으로 느린 '긴소리'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빠른 '엮음(사설)' 부분이 이어져 한 쌍을 이루다. 둘째는 악곡 내에 엮음 부분이 포함된 유형으로 곡의 도입부나 중간 부분에서 사설을 엮어 나가다가 본래의 느린 가락으로 돌아온다. 셋째는 악곡 전체가 엮음의 성격을 지닌 유형도 있다. 이 경우, 곡 자체가 비교적 빠르고 촘촘한 사설로만 구성되어 있다.
〇 범주
엮음의 방식은 성악곡 전반에서 나타나지만, 장르별로 그 형태와 비중이 다르다. 엮음의 특징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핵심 장르는 민요이며, 사설시조를 가사로 사용하는 가곡의 '편(編)' 계열의 악곡에, 평시조보다 글자 수가 많은 사설시조창, 긴잡가와 대비되는 빠른 속도로 부르는 휘몰이 잡가 등이 있다.
〇 유형별 구성과 특징
① 민요
긴소리와의 짝을 이루는 민요의 예는 〈수심가〉와 〈엮음수심가〉, 〈긴난봉가〉와 〈사설난봉가〉, 〈공명가〉와 〈사설공명가〉 등,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의 서도민요의 예가 있다.
악곡 내에 엮음이 포함된 것은 강원도 〈엮음아라리〉가 대표적이다. 엮는 부분은 불규칙한 장단에 맞춰 빠르고 촘촘하게 사설을 엮고, 느린 부분에서 〈아라리〉 본래 가락으로 돌아가 곡을 마친다. 엮음 부분은 거의 동일한 음높이로 가사를 전달하며, 가사의 길이에 따라 곡의 길이가 유동적이다.
② 가곡
사설시조를 노랫말로 삼는 '편(編)' 계통의 악곡(〈편락〉, 〈편삭대엽〉, 〈얼편〉, 〈우편〉 등)이 엮음에 해당한다. 가곡의 기본 장단(10점 16박)이 아닌 10점 10박의 빠른 장단을 사용하여, 많은 사설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노래한다.
③ 시조
시조창에서 중장(가운데 장)의 글자 수가 대폭 늘어난 사설시조를 노래할 때 엮음의 방식이 나타난다. 많은 글자 수를 정해진 장단에 담기 위해 자연스럽게 속도가 빨라진다.
④ 휘몰이잡가
경기 명창들의 전문 소리인 휘몰이잡가는 사설을 빠르게 엮어 나가는 형식 자체가 중심이 된다. 느리게 부르는 긴잡가의 '대(對)'가 되는 곡이다
〇 역사적 변천
'엮음'의 형태 자체는 시조나 가곡의 사례에서 일찍부터 확인된다. 특히 가곡에서는 조선 후기 '편(編)' 계통의 악곡이 생겨난 이후, '편'이라는 개념어를 통해 엮음의 음악적 특징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반면, 민요에서 '엮음'이라는 용례를 사용한 것을 역사적으로 기술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처럼 장르별로 나타나는 유사한 음악적 양상을 '엮음-편'이라는 통합된 개념으로 파악하고 국악의 주요한 특징으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현대에 이르러 이루어진 학술적 성과이다.
의의 및 가치
느린 속도의 '긴소리'를 부른 후, 촘촘하게 책을 읽듯이 사설을 엮어 나가는 '엮음'은 노랫말이 있는 성악곡의 특징적인 구성 요소이다. ‘느린 것’과 ‘빠른 것’이 연속되며, 빠른 부분에서 확대된 사설을 노래하는 것은 현대 국악이론에서 ‘긴- 자진’, 혹은 ‘엮음’ 형식으로 개념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