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춤.
경상남도 밀양 지방에서 전승되어 평민 남성이 축제에서 추는 토속 허튼춤.
경상남도 밀양 지방에서 ‘머슴날’이라고도 하는 백중날(음력 7월 15일)을 전후하여 머슴들이 논매기를 마치고 고된 노역을 풀기 위하여 하루를 즐길 때 추던 춤이다. 일반적으로 ‘호미씻이’라고 하며 경상도 지역에서는 꼼배기ㆍ꼼비기ㆍ깨임말타기, 풋굿[초연(草宴)], 세서연(洗鋤宴)이라 부르는 여러 가지 놀이와 함께 연행되었다. 범부춤의 명칭은 평범하게 바지저고리만 입은 범부(凡夫) 복색의 춤이라는 뜻이지만, 원래는 넓은 벌판에서 아무렇게나 추며 더불어 노는 ‘벌춤’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 개요
범부춤이란 평범한 일반인이 추는 춤을 뜻하며, 음력 7월 백중날에 논매기를 마친 후 고된 노역을 풀기 위해 즐기는 춤놀이의 일부이다. 이 춤은 《밀양백중놀이》에서 양반춤을 춘 다음 추게 되는데, 느리게 추는 양반춤에 비해 활달하게 추면서 서민들의 해학과 신명을 담아 시름을 달래는 춤이다.
○ 절차 및 구성
《밀양백중놀이》의 앞놀이에서 농신제를 지낸 다음, 본놀이는 극적 요소가 강한 〈작두말타기〉와 〈양반춤〉, 〈병신춤〉. 범부춤 등의 춤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양반춤〉을 추다가 놀이판에서 쫓겨난 양반이 흥겨움을 참지 못하여 의관을 벗어던지고 다시 놀이판에 뛰어들어 덧배기장단에 맞춰 범부춤을 춘다.
범부춤의 구성은 원으로 추는 춤(사방돌기), 장구재비와의 대무, Z자형의 춤 등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1) 원선상에서 추어지는 춤(사방돌기)에는 양팔 앞뒤 흔드는 두루거리 변형춤, 어깨에 가로매기나 양팔 앞뒤 흔들기, (2) 장구재비와의 대무는 어깨에 가로매기, 황산학, 무릎치기, 배김새(고갯짓), 장구꽂이, 팔을 가슴에 감기, (3) Z자형의 춤은 모둠뜀뛰기, 나래채 혹은 옆치기, 두루치기, 황산학, 양팔 앞뒤 흔들기, 어깨에 가로매기 등을 춘다.
범부춤은 앞의 〈양반춤〉과는 대비되는 자유분방한 분위기로 구경꾼을 격동시킨다. 장구 치배와 마주하여 어르기도 하고 마당을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경상도 덧배기춤의 활달하고 박력 있는 패기를 보여 준다.


○ 연행적 특징
범부춤의 대표적인 춤사위는 ‘배김새’이다. 배김새는 제자리에서 서너 번 뛰고 온몸을 앞으로 던지듯 앞다리는 무릎을 약간 굽히고 뒷다리는 뒤로 죽 뻗어 우뚝 서는 동작이다. 놀이판으로 원을 그리듯 힘차게 뛰어다니며 활개춤을 추다가 장구잽이를 향하여 준비 동작을 취한 다음 힘차게 뛰어 들어가 ‘배김새’를 한다. 장구잽이 바로 앞에서 고개놀림과 어깨춤을 추면서 뽐내 보이고 한 손은 앞가슴에 붙이고, 또 한 손은 옆구리에 붙이는 동작을 하면서 멋을 낸다. 이어서, 무릎을 굽혀 앉은 채로 옆으로 뛰면서 가볍게 어깨춤을 춘다.
반주 장단은 〈영남농악〉 장단 중 하나인 3소박 4박자 구조의 빠른 덧배기장단이다. 특히 장구재비가 장구를 내려놓고 장단을 치면 한 명씩 번갈아 가면서 장구재비와 대무하듯이 장구재비를 향해 들락날락하면서 시선을 서로 마주치고 자웅을 겨루듯이 장단 맞춰 춤을 춘다.
○ 복식 의물 무구
복식은 상투 머리에 망건을 쓰고 흰 바지저고리에 평범하게 입은 범부(凡夫)의 차림이다. 왼쪽 바짓가랑이에 윗대님을 맨다.

< 밀양백중놀이 범부춤 복식 ©밀양백중놀이보존회 >
○ 역사적 변천 및 전승
1960년대 《밀양백중놀이》 춤의 명인이었던 하보경(河寶鏡, 1906~1997)의 증언에 따르면, 불당골(부북면 퇴노리)이 사당과 광대들의 본거지였지만 지금의 밀양 무안면과 창령 부곡면과의 경계 지점에 있었던 점골(옹기 굽는 굴이 있는 곳)에도 광대패들과 소위 ‘상놈’이 많이 있었다고 했다. 그곳의 지명은 속칭 영산(靈山) ‘지이다리’라고 하며,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에는 인교(茵橋)라고 쓰여 있다.
이들 중에서 유명한 놀이꾼으로 1900년대에 김성숙(金聖淑), 김학문(金學文), 김기일(金基一), 하성옥(河聖玉), 김기익(金基益), 김극서(金克瑞), 김한기(金漢基) 등이 있었고, 1920년대와 30년대에는 박원실(朴元實), 심선택(沈善澤), 하보경(河寶鏡), 최성식(崔聖植), 김타업(金他業), 한인시(韓仁時) 등이 있었다. 특히 하보경은 1980년 《밀양백중놀이》의 국가무형유산 지정 당시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아 평생을 밀양 지역 춤 전승과 범부춤의 정립에 크게 기여했다.
이병옥(李炳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