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팔경, 심청 인당수 나가는 대목, 별주부가 토끼 업고 용궁 들어가는 대목
범피중류 대목은 1930년대 녹음한 판소리 5명창 김창룡이 콜롬비아(Columbia) 레코드사에서 취입한 범피중류 음반(40279-A)에서 “광록씨 소상팔경 어부가였다.”라고 하여, 이 대목이 송광록의 더늠임을 밝히고 있다. 송광록이 제주도에서 독공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배 안에서 지었다는 범피중류는 어려운 한시문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송광록이 새롭게 창작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이 부분은 방만춘에 의해 다듬어진 범피중류를 송광록이 진양조로 뛰어나게 잘 불러서 그의 더늠으로 간주된다고 할 수 있다.
1929년에 콜롬비아 레코드사에서 취입한 박록주의 <범피중류> 대목은 유성기 음반(Regal C172-AㆍB) 양면에 걸쳐서 길게 녹음했다. 박록주의 <범피중류> 녹음은 힘 있게 올려 끊고 강하게 내려치면서 소리를 맺는 동편제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박록주가 녹음한 <범피중류>는 1934년 이선유 음반(Regal C181-A), 이동백, 송만갑, 박봉술의 것과 사설이나 음악적 특징이 많이 비슷하다. 이 대목은 김창룡과 박록주가 특히 자주 불렀으며 이동백, 이선유, 이화중선, 김초향, 박봉술과 같은 명창들도 음반에 취입한 바 있다.


○ 개요
《심청가》 중 범피중류는 풍부한 사설에 다양한 음악적 기교가 조합된 대목이다. 초기의 사설은 인당수로 가는 ‘강상풍경-심청의 탄식-갈까마귀와 귀촉도의 심청 위로-기러기와 청조에게 하는 심청의 부탁’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현재 전창되는 <범피중류>는 ‘출발하는 배와 물결치는 장면’, ‘백빈주 갈매기와 삼강의 기러기’, ‘혼령대목’ 등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심청이 인당수로 떠나는 여정 부분의 사설은 ‘황학루-적벽강-진회수-소상강-동정호’로 구분할 수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범피중류 대목은 초기 송광록의 더늠으로 출발하였기 때문에 초기의 사설부터 현재의 사설에 이르기까지 창자별 차이가 크지 않다. 다반 동일한 가사를 여러 시대, 여러 유파의 창자들이 불렀으므로 음악적 내용의 차이가 나타난다. 유성기 음반 창자들은 우조를 사용하되 ‘Sol-La-do-re-mi’의 다섯 음을 중심으로 선율이 진행되며 옥타브 위쪽이나 아래쪽으로 확장되지 않는 음계를 사용하고 있다. 한편 이화중선과 이선유를 비롯한 근대의 창자들은 다섯 음 이외에도 아래쪽으로 ‘Re’음까지, 위쪽으로도 ‘sol’과 ‘la’음까지 확장한 음계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후대로 올수록 변청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대신 계면조나 반드름을 활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음악적 특징
범피중류 대목은 진양조장단에 ‘솔(sol)-라(la)-도(do′)-레(re′)-미(mi′)’ 구성음으로 우조와 평조 중심의 음악적 특징이 나타난다. 시작 부분에 가곡의 창법이나 음악적 느낌을 표출하는 가곡성우조가 활용되고,변조와 변청이 나타나는계면조의 사용과 단락에 따라 우조로 시작해서 계면조로 종지하는 경우가 있다. 한시문으로 이루어진 사설이 담담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가지며, 평우조, 우조, 시조목, 평조, 가곡성우조란 여러 가지 표현으로도 악곡이 설명된다. 1940년 출판된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정춘풍의 더늠으로 〈소상팔경가〉가 기록되어 있는데, 심청가의 〈소상팔경〉과는 다른 계통으로 정춘풍의 〈소상팔경〉 단가는 중국 동정호 남쪽의 아름다운 8가지 풍경을 한시로 표현한 〈소상팔경시〉의 사설을 간결하게 표현한 것이다. 《심청가》의 범피중류와 〈혼령대목〉은 《수궁가》에 수용되었는데, 범피중류는 별주부가 토끼를 꾀어 등에 업고 용궁으로 들어가는 장면에 수용되고, 〈혼령대목〉은 토끼가 용궁에서 죽을 위기를 넘기고 육지로 돌아오는 대목에 수용되어 있다.
《심청가》의 범피중류는 송광록의 더늠으로 알려져 있으며, 인당수로 떠나는 소상팔경의 장면과 혼령대목으로 구성된다. 음역이 넓은 평우조로 바다의 모습을 장쾌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