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채비소리(外----)
불교 의식에서 의례를 위해 특별히 초빙된 전문 범패승이 부르는, 고도의 음악적 양식을 갖춘 성악.
‘바깥채비소리’는 의례를 주관하는 사찰 승려인 안채비가 낭송하는 '안채비소리'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전문 범패승이 부르는 예술적인 범패를 말한다. 음악 양식에 따라 크게 '홑소리'(독창 위주의 짧은 게송)와 '짓소리'(제창 위주의 길고 장엄한 소리)로 나뉜다. 이외에 범어(梵語)로 된 '진언'이나 '다라니', 민요조의 '회심곡' 등도 바깥채비소리의 주요 레퍼토리로 연행된다. 1970년대 이후 <영산재> 등이 국가 무형유산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바깥채비소리의 전승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불교 의례가 점차 장엄해지고 대중화되면서, 의례의 음악적 부분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승려 집단이 필요하게 되었다. 당나라 말기 문헌에는 이미 범패를 전문으로 하는 '창도사(唱導師)'나 '직승(職僧)'의 존재가 확인된다. 중국 송나라에서는 사찰 내부의 의례와 별개로, 민가의 장례 등에 초청되어 의례를 행하는 전문 예승(藝僧)인 '응수승(應酬僧)'이 있었는데, 이들의 역할이 한국 바깥채비소리의 직접적 기원으로 볼 수 있다.
〇 개요
바깥채비소리는 <범패>를 연행 주체의 전문성에 따라 구분할 때 사용하는 용어이다. 의례를 주관하는 사찰의 법주(法主)가 축원문 낭송 등 의미 전달에 집중하는 소리(안채비소리)와 달리, 바깥채비소리는 의례를 위해 초청된 전문 범패승(겉채비)이 부르는 예술적이고 음악적인 소리를 뜻한다.
〇 음악적 유형
바깥채비소리는 음악적 양식에 따라 크게 홑소리, 짓소리, 염불조, 회심곡 등으로 구별할 수 있다. 홑소리는 7언 4구 또는 5언 4구의 한문 정형시(게송)를 ‘일자다음(一字多音)’ 형태로 부르는 소리이다. 주로 독창으로 불리며 짓소리를 배우기 전 단계이다. 짓소리(겹聲)눈 바깥채비소리의 기량이 가장 극대화된 장르이다. 한문 산문이나 범어 사설로 되어 있으며, 여러 승려가 함께 부르는 제창이 원칙이나 '허덜품'(독창)이 간주처럼 사용된다. 상단(上壇)의 불보살을 찬탄하는 곡들이 주를 이룬다. 염불조는 <천수다라니>, <사다라니> 등 범어 가사를 노래하는 진언(眞言)·주(呪)·다라니를 말한다. 회심곡은 의례문과 무관한 민요조의 불교 가요이다. 대중의 공감대가 높아 바깥채비소리의 중요한 레퍼토리로 연행된다.
〇 용도
바깥채비소리는 <영산재>, <수륙재>, <예수재> 등 규모가 큰 불교 재(齋) 의식에 초청되어 의례를 음악적으로 장엄하게 꾸미는 용도로 쓰인다. 의례 상황에 따라 <짓소리>를 <홑소리>나 <평염불>로 줄여 부르는 등, 연행 방식을 유연하게 가감하여 사용한다.
〇 음악적 특징
바깥채비소리는 크게 '한어범패(漢語梵唄)'와 '범어범패(梵語梵唄)'로 나뉘어 음양(陰陽)의 조화를 이룬다. 한문 가사를 가진 범패는 <헌좌게>처럼 일자다음(一字多音) 선율로 장엄하게 늘여 부르며,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헌좌게> 등에서는 어장이 선창하면 대중이 후렴을 받는 헤테로포니(heterophony)가 나타나기도 한다. 범어로 된 진언, 다라니는 <천수다라니>나 <사다라니>처럼 법구(法具) 타주에 맞추어 4박자 형의 비교적 빠른 박자로 노래한다. 동적인 율조로 재장(齋場)의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한다.
〇 역사적 변천
『범음종보』를 보면 조선 영조 대에 이미 전문적인 범패 계보가 형성되어 있었다. 광복 이후 사찰 분규 등으로 전승이 열악했으나, 1973년 <영산재>가 국가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전승이 활발해졌다. 전통적으로 서울의 범패는 송암 스님(봉원사) 중심의 '서교(西郊)'와 '동교(東郊, 개운사·안정사)'의 양대 산맥이 있었다. 현재는 봉원사 <영산재>, 진관사 <국행수륙재>, 조계종 어산학교 등을 중심으로 바깥채비소리의 전승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바깥채비소리는 한국 불교 의례가 단순한 낭송을 넘어 고도의 예술적 경지를 갖춘 음악으로 발전했음을 보여 주는 핵심적인 증거이다. 특히 홑소리와 짓소리로 대표되는 전문적인 성악 양식은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 불교문화만의 독특한 정수로 평가된다. 1970년대 이후 국가 무형유산 종목 지정을 통해 그 고유한 가치가 인정되었다.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
『범음종보(梵音宗譜)』
김문경, 『唐代의 사회와 종교』, 숭실대학교출판부, 1984.
손인애, 『경산제 불교음악』, 민속원, 2013.
윤소희, 『범패의 역사와 지역별 특징』, 민속원, 2017.
이혜구·성경린·장사훈·한만영, 『무형문화재 조사 보고서 범패와 작법』, 문화재관리국, 1969.
田靑, 「北京的佛敎音樂」,『東洋佛敎聲樂과 文化』, 제4회 동양음악학 국제학술회의, 국립국악원, 1999.
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