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식에서 전문 범패승이 창화하는 의례문 율조
바깥채비소리는 전문 범패승이 하는 범패를 말한다. 의례문 중 한문 게송 및 찬탄을 가사로 하여 모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홑소리와 짓소리가 주된 악곡들이고, 범어로 된 진언과 다라니, 〈회심곡〉과 같은 민요조 선율은 법구와 함께 일자일음으로 노래한다.
바깥채비소리는 의례를 주최하는 사찰의 주지가 의례설행의 취지, 연유, 목적, 권선문, 축원과 기원문을 낭송하는 안채비소리와 대칭되는 율조를 뜻한다. 이는 범패를 전문으로 하는 승려들을 초청하여 의례문의 찬탄 게송을 홑소리 또는 짓소리로 길게 늘여 부르는 데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안채비소리와 바깥채비소리를 모두 외부에서 초청된 바깥채비가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안채비소리와 바깥채비라는 용어가 무색해진 상태다.
○ 역할과 음악
불교 의례가 장엄해지면서 전문 범패승이 생겨났다. 일본 승려 엔닌이 기록한 『입당구법순례행기』에는 산동적산원의 일승(一僧)이 당풍 범패를 노래한 내용을 기록하였다. 당나라 말기에 생겨난 속강에는 창도사(唱導師)와 같이 범패를 잘하는 승려가 있었고, 당나라의 사회 풍속을 기록한 문헌에서도 범패 직승(職僧)이 있었다. 이러한 사실에 미루어 볼 때, 전문 범패승이 부르는 바깥채비소리는 진감선사가 당나라에 유학할 당시에 이미 존재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송대에 이르러 선(禪)불교로 통합되면서 중국의 불교음악은 선문불사와 응문불사로 구분되었다. 법당에서 신행을 하며 승려와 신도가 함께하는 범패는 선문불사(禪門佛事) 음악이라 하고, 황실과 민가의 장례나 기타 행사에 초청되어 행하는 전문 예승들의 음악은 응문(應門)불사 음악이라 하였다. 이때 전문 활동을 하는 승려들을 응수승(應酬僧) 혹은 예승(藝僧)이라 하였는데, 이들의 역할이 한국의 바깥채비와 같다. 오늘날 중국의 전문 예승은 범패뿐 아니라 기악 합주까지 연행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태평소를 부는 승려 외에는 대부분의 바깥채비들은 주로 범패와 〈작법무〉를 설행한다.
○ 바깥채비 승단의 형성과 활동
불교가 대중화되면서 의례에 수반되는 악ㆍ가ㆍ무에서 전문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음성이 좋은 일부 승려들이 스승을 찾아다니며 수학하면서 범패 계맥이 형성되었다. 현전 최고(最古) 계보는 조선 영조 24년(1748) 전남 장흥 보림사의 대휘대사가 기록한 『범음종보』에 기록되어 있다. 전통 불교의례 율조인 범패는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단절의 위기를 맞았다. 광복 이후에는 사찰분규가 일어나고 재식활동과 범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어 범패의 전승 환경이 더욱 열악해졌다. 이에 범패는 일부 의례 전문 승려들에 의해서 명맥을 유지하였다. 1960년대 들어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이 형성된 사회 환경에 의하여 1972년 부산 범어사의 용운스님, 1973년 서울 신촌 봉원사 《영산재》가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바깥채비소리의 전승이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지방에는 부산 범어사 대산스님의 제자 용운스님의 통범소리 범맥이 확산되었고, 서울은 신촌 봉원사 어장 송암스님 문하에서 오늘날 경제 범패 승려들 대부분이 성장하였다. 근래에는 조계종 어산학교의 불교의례 악ㆍ가ㆍ무 강습이 활발하게 진행된다. 이에 강원도 삼화사 《수륙재》, 서울 은평구 진관사 《수륙재》, 강남의 봉은사 《예수재》, 부여 백제 《수륙재》 등을 조계종 어산학교 승단에서 설행하고 있다. 현재 전국의 대규모 사찰은 대부분 조계종의 사찰이므로, 앞으로는 조계종 바깥채비 승려들의 활동과 범패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음악적 유형과 내용 일반 염불과 달리 바깥채비소리는 음악적 전문성이 발휘된다. 선율 유형으로는 한문 가사의 모음을 늘여 부르는 홑소리ㆍ반짓소리ㆍ짓소리와 범어 가사를 노래하는 진언ㆍ주ㆍ다라니의 범음 율조, 그리고 민요조의 〈회심곡〉으로 크게 세 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음악성이 요구되는 것은 짓소리ㆍ반짓소리ㆍ홑소리이고, 민요조의 〈회심곡〉은 범패승뿐 아니라 민요 가수들에 의해서도 가창되며 대중화되었다. 바깥채비소리의 기량이 가장 극대화된 장르는 짓소리이다. 짓소리는 불보살께 존숭을 나타내는 곡, 이동하면서 의례 상황에 맞추어 짓는 곡, 영가의 죄업을 씻거나 공덕을 한없이 베푸는 가지(加持) 실현의 곡 등이 있다. 모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비중을 의례적 맥락과 관련지어 살펴보면, 상단ㆍ중단ㆍ하단 순으로 점차 비중이 줄어든다. 따라서 상단 삼귀의 절차인 불보ㆍ법보ㆍ승보 중 불보 찬탄의 선율은 길게 늘여 가창한다. 《예수재》와 같은 경우 상단 절차에서도 일부 소리만 길게 늘이고, 이외에는 일자일음으로 쓸어 부르는 반짓소리로 연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바깥채비소리는 의례 상황에 따라 짓소리에서 홑소리, 평염불까지 모음을 길게 늘여 부르는 비중을 자유롭게 가감하여 부른다. 홑소리의 가사는 7언ㆍ5언ㆍ4언 4구의 문형이 나타나며, 이 중에 7언 4구가 가장 많다. 7언 4구의 가사 중 앞의 4자는 어장이 독창으로 부르고, 후반의 3자는 바깥채비 승려가 함께 받기도 한다. 이때 앞의 네 번째 자(字)를 노래할 때 뒤의 3자 중 첫 자를 부르는 소리가 겹쳐지며 헤테르포니(heterophony) 현상이 나타나는데, 음악적 기량이 높은 승려들은 고음이나 저음으로 화음을 이루기도 하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러한 창법의 대표적인 악곡으로 〈헌좌게〉를 들 수 있다. 〈헌좌게〉로는 상ㆍ중ㆍ하단에 초청되는 모든 대상을 향한 게송이 있는데, 주로 상단의 불보살을 모실 때 이와 같은 형태가 나타난다. 경기지역에서는 홑소리를 한 사람의 창자가 노래하므로 바깥채비 승려들이 한 곡씩 담당하여 연행한다. 이에 각자의 성음과 음악적 기량이 여실히 드러난다. 그러나 영남지역의 홑소리는 시작 부분 외에 대부분 대중이 승려의 선율을 따라 함께하는 가창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떤 곡을 어떤 승려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스피커 장치가 없던 시절에는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의례에서 대중이 함께 노래해야만 음량이 갖추어졌으므로 이러한 연행 형태가 성립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옛 스님들의 범음을 『동음집』이라 한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바깥채비소리로 하는 진언ㆍ주ㆍ다라니 율조에는 4가지 유형이 있다. 헌좌진언은 헌좌게 홑소리와 같이 일자다음식으로 불리며, 천수다라니는 바라 작법에 맞추어 3소박 4박자에 변화박이 많은 구성으로 진행된다. 이는 다라니 가사의 글자 수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가지 다라니를 연달아 송주하는 사다라니는 민요조의 화려한 선율과 함께 법구(法具) 타주에 맞추어 부른다. 그 외의 범어가사들은 대개 2소박 4박자로 빠르게 노래하며 법구를 치며 노래하므로 재장의 분위기를 돋구는 역할을 한다. 한어범패는 일자다음 선율로 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범어범패는 법구를 활용하여 동적인 율조로 부른다. 이처럼 두 유형의 노래는 서로 대비되며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 〈회심곡〉은 의례문과 무관한 가사를 민요조로 부르므로 범패라기보다 불곡(佛曲)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참여 재자의 공감대가 높은 노래로 바깥채비소리의 중요한 레퍼토리로 연행되고 있다. 리듬은 8박자의 청보장단을 바탕으로 변화박을 구사하며 음악적 기량을 발휘한다. 대중의 공감으로 〈회심곡〉의 인기가 높아지자 이를 노래하는 민요 가창자도 생겨났다. 스님은 설법에 중점을 두므로 절제하여 여법성을 갖추어 〈회심곡〉을 연행하고, 민요 가수들은 기교와 재담으로 감각적 반응을 유도하며 가창한다. 회심곡류 악곡을 ‘화청’이라고도 하였는데, 이는 중단 의례문에 있는 ‘화청’과 혼돈을 유발하므로 근래에는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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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