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이 내려오는데〉
판소리 《흥보가》 중 한 대목으로, 흥보의 새로운 집터를 잡아줄 중이 염불하며 내려오는 거동을 묘사한 대목
중타령은 판소리 《흥보가》와 《심청가》에 등장한다. 《흥보가》 중 중타령은 흥보에게 새로운 집터를 잡아줄 대사가 내려오는 대목이고, 《심청가》 중 중타령은 중이 동냥을 올라가다가 물에 빠진 심봉사를 구해주는 대목이다. 판소리에서 중타령은 고난이나 역경에 처한 인물을 구할 때에 비범한 인물로 중을 등장시키고, 엇모리장단을 사용하여 신비로운 인물 묘사와 극의 새로운 전개를 암시한다.
《흥보가》 중타령 대목은 《심청가》의 중타령과 같이, 뜻밖의 등장인물이 나와서 새로운 분위기로 장면이 전환되고 사건의 극적 전개를 위한 인물로 등장한다. 판소리 중타령의 사설은 1870년 신재효(申在孝, 1812~1884) 사설집에 처음 나온 후, 「강상련」과 1933년 이선유(李善有, 1873~1949) 『오가전집(五歌全集)』의 《심청가》에도 중타령이 나온다. 1940년 출판된 정노식(鄭魯湜, 1899~1965)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는 중타령이 정창업(丁昌業, 1847~1919)의 더늠으로 되어있는데, 이 대목은 《심청가》 중 몽운사 화주승이 권선시주 얻을 차로 산에서 내려오는 대목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서 《심청가》 중타령의 영향을 받아 《흥보가》에도 중타령 대목이 삽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세기 전반에 《흥보가》 중타령 음반을 발매한 창자로는 김창환(Regal C132-A·B), 오수암(Okeh 20091), 김초향(KJ-1607), 박록주(Columbia 40447-A) 등이 있다. 《심청가》 중타령은 정정렬(丁貞烈, 1876~1938), 전일도(全一道), 송만갑(宋萬甲, 1865~1939), 신금홍(申錦紅), 김녹주(金綠珠, 1896~1923), 박록주(朴綠珠, 1905~1979) 등이 부른 여러 형태의 중타령 소리가 존재한다.
중타령은 판소리 《흥보가》와 《심청가》에 등장한다. 판소리에서 중타령은 고난이나 역경에 처한 인물을 구할 때에 신비한 인물로 ‘중’을 등장시켜 장면이 전환되고 새로운 극의 전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한다. 《흥보가》의 중타령 전반부는 흥보에게 새로운 집터를 잡아줄 중이 내려오는 모습을 형용하는 사설로 중의 출현 및 중의 치레와 행동을 묘사하는 내용이며, 후반부는 중이 염불하는 모습을 묘사하고 흥보 집에 당도하는 부분이다. 《흥보가》와 《심청가》의 중타령 대목은 모두 엇모리장단에 중의 모양새와 거동 묘사가 비슷하며 염불 내용도 유사하게 소리한다. 엇모리장단은 3소박과 2소박이 섞인 혼소박 4박자 장단으로, 판소리에 비범한 인물이나 경개를 묘사하는 대목에 주로 사용된다. 한편 중의 신비한 모습과 비범한 인물을 표현하기에는 평우조의 악조가 보다 적절하나, ‘미(mi)-솔(sol)-라(la)-시(si)-도(do')-레(re')’ 구성음으로 계면조로 선율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중이 내려오는 장면과 중의 치레 및 거동 부분에는 도약 선율진행을 많이 사용하고 중의 염불소리는 메나리조가 조금씩 섞여 사용된다. 이 대목은 여느 계면조 대목과 달리 슬프거나 애처롭지 않고, 평계면 선율로 부름으로써 사설의 분위기에 적합하게 음악을 구사한다.
“중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라는 노랫말로 시작하여 중의 치레 및 거동에 대한 형용과 염불 소리를 하고 흥보 집에 당도하는 사설 내용이다. (아니리) 이렇듯 흥보내외 붙들고 우는 통에 자식들까지 따러 울어놓니 그야말로 흥보 집안이 뭍 초상난 집이 되었겄다. 그때 마침 흥보를 살릴 중이 하나 내려오는디. (엇모리) 중 내려온다, 중 하나 내려온다. 저 중의 모양을 보소 헐디 헌중 서리같은 두 눈썹은 웬 낯을 덮어있고 크나큰 두 귓밥은 양어깨에 닿을 듯 노닥노닥 지은장삼 실띠를 띠고 다 떨어진 속락은 요리송 치고 조리 송쳐 호옴뻑 눌러쓰고 동냥을 얻으면 무엇에다 받어갈지 목괴짝 바람등물 하나도 안 가지고 개미 하나 안 밟히게 가만가만 가려 딛고 염불 허며 내려온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흥보 문전을 당도허니 처량헌 울음소리가 귀에 얼른 들린다. 저 중이 깜짝 놀래 가만히 들어보니 사생이 미판이로구나. 저 중이 목탁을 치며 “지나가는 걸승으로 어진댁을 왔사오니 동냥 한 줌 주옵시오.”
판소리: 국가무형문화재(1964) 판소리: 유네스코 인류구전무형유산걸작(2003)
《흥보가》와 《심청가》에 중타령 대목이 포함된다. 판소리 대목에서 중의 등장은 극적으로 사건의 새로운 전개를 나타낸다. 두 소리는 서로 관련이 있는 소리로, 《심청가》의 중타령 영향을 받아 《흥보가》에 중타령 대목이 삽입된 것이다.
정노식, 『조선창극사』, 조선일보 출판부, 1940. 김현선, 「중타령 연구」, 『판소리연구』 1, 1989. 이보형, 「판소리 사설의 극적상황에 따른 장단·조의 구성」, 『예술원 논문집』 14, 1975. 이보형, 「무가와 판소리와 산조에서 엇모리가락 비교」, 『이혜구 박사 송수기념 음악학논총』, 1969.
정수인(鄭琇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