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으로 연주하는 산조.
대금산조는 남도 지방의 무속 음악인 시나위와 판소리의 기악화 과정에서 생성된 대표적인 기악 독주곡이다. ‘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자진모리’의 네 악장을 기본 형식으로 삼고, 후대로 전승되면서 호걸제, 메나리조 등 여러 조가 추가되었다. 현재 박종기류, 한주환류, 한범수류, 이생강류, 서용석류, 강백천류, 김동진류, 원장현류 등 여러 유파의 산조가 전승되고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대금산조는 1920~30년대에 소리 더늠과 시나위 더늠의 두 방향으로 제시되며 등장했다. 판소리를 근간으로 한 소리 더늠의 산조는 박종기(朴鍾基, 1879~1941)에서 비롯되었다. 박종기의 대금산조가 유성기 음반에 수록되면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박종기를 대금산조의 창시자로 말하기도 하지만, 동시대에 다른 시나위 더늠의 산조도 등장했다.
박종기의 제자 한주환(韓周煥, 1904~1963)은 변청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다양한 선율을 구성했다. 이러한 기법은 이후 등장한 대금산조에 영향을 끼쳤으므로 한주환 대금산조는 현행 대금산조의 직접적인 모태로 인식된다. 한주환의 산조는 서용석(徐龍錫, 1940~2013), 이생강(李生剛, 1937~) 등에게 전해지면서 서로 각기 다른 개성을 담은 산조로 분화되었다. 한편, 한주환과 동시대의 한범수(韓範洙, 1911~1984) 역시 박종기 음악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산조를 구성하였다.
시나위 더늠 대금산조는 강백천(姜白川, 1898~1982)이 처음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산조는 육자배기 토리를 중심으로 삼고 산조를 이어 간다. 강백천의 산조는 김동표(金東表, 1941~)에게 전승되었지만, 김동표의 산조에도 한주환계의 산조처럼 청의 변화가 다양하다. 현재 연주되는 대금산조는 박종기류, 한주환류, 한범수류, 이생강류, 서용석류, 강백천류, 김동진류, 원장현류 등이다. 여러 유파의 산조가 전승되고 있다.
○ 음악적 특징
대금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장단의 네 악장 형식을 기본으로 한다. 1세대인 박종기 산조는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의 세 악장 형식으로 되어 있었는데, 2세대인 한주환 산조에서 중중모리가 추가되면서 현재와 같은 대금산조의 형식이 갖춰지게 되었다. 3세대인 이생강과 서용석에 이르러서는 다스름이 추가되고 일부 연주에서 엇모리, 동살풀이, 휘모리 등이 더해져 악장이 첨가되면서 점점 구조가 확대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대금산조는 우조, 계면조, 호걸제, 메나리조 등 판소리에 사용되는 여러 가지 조로 구성된다. 이 조는 성음과 선법을 지칭하는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성음은 소리의 음색을 가리키는데, 우조는 “꿋꿋하고 씩씩하게”, 계면조는 “애절하고 슬프게”, 호걸제는 “씩씩하고 호탕하게”, 메나리조는 “우리나라 동부민요 스타일로” 연주하라는 뜻이다. 선법은 음정 관계와 음의 기능을 나타내는 우조, 계면조, 호걸제는 1세대 박종기 산조에서 이미 형성되었으며, 후대로 전승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조가 추가되거나 세분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1세대 대금산조에서는 진양조에서 일시적인 변청이 매우 짧게 한 장단 나타나는 정도였으나, 2세대 산조에 이르러 변청 선율 단락이 길게 형성되었고, 3세대 산조에서는 이것이 더 강화되었다. 조에서 계면조로, 계면조에서 우조나 호걸제로 바뀌는 등 여러 변조 기법을 사용하여 선율을 구성하는데, 후대로 전승되면서 변조 기법이 더 다양해졌다. 계면조에서는 미(mi)의 단3도 위인 솔(sol)을 반음으로 꺾어서 중심음이 라(la)에서 미(mi)로 바뀌는 듯한 일시적 변청도 자주 사용한다.
또한 대금산조에는 여러 갈래 선율이 수용되었다. <봉장취> 선율로는 새소리 선율형과 ‘떠는청-본청-꺾는청’으로 진행되는 계면조 가락이 박종기 산조에 형성되어 후대로 전승되며 다양하게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판소리 선율도 《춘향가》의 <적성가>나 <모지도다>, <군로사령> 등 여러 대목의 선율이 대금산조에 유사한 가락으로 수용된 것을 볼 수 있다.
대금산조를 창작한 음악가들은 판소리, 시나위, 봉장취 등과 같은 기존 음악의 어법을 과감하게 수용하여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 새로운 음악을 만들었다. 악기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기 때문에 대금이라는 악기의 표현력을 광범위하게 보여 준다.
박환영, 「박종기 대금산조의 형성과 변화」, 고려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배병민, 「김동진류 대금산조 연구」, 영남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4.
이보형, 『무형문화재 조사보고서 7 : 산조』,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 1987.
이진원·김가람, 『대금산조(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임재원, 「대금산조의 생성 및 전승과 확장」, 한국외국어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5.
임재원(林宰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