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죽타령, 봉기타령, 만선풍장소리, 에밀량, 이물량
서해안 조기잡이배에서 출어 전 풍어를 기원하면서, 만선하여 돌아오면서, 귀향 후 풍어를 축하하면서 부르는 소리
배치기는 만선의 기쁨을 누리며 노는 뱃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고기를 많이 잡았을 때 ‘봉죽(봉기)’를 세우기 때문에 〈봉죽타령〉·〈봉기타령〉이라고도 하고, 만선을 했다는 의미로 〈만선풍장소리〉라고도 한다. 또 지역에 따라 〈에밀량〉, 또는 〈이물량〉이라고 부르는 것은 배의 앞머리인 이물에 가득 실은 고기의 양을 의미한다.
서해안에서 조기잡이가 성행했던 사실은 『세종실록지리지』(1454)에서도 확인이 되며,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을 비롯한 조선후기 서적에서도 관련 기록들을 확인할 수 있다. 배치기소리는 평안도부터 전남까지 서해안 전역에 널리 전승되고 있으나 음악적 특징으로 보아 난봉가토리의 황해도 민요가 널리 전파된 것으로 본다.
○ 음악적 특징 배치기소리는 난봉가토리를 가장 많이 사용하며 서해안 전역에 퍼져 있지만, 지역에 따라 수심가토리로 부르는 경우도 있고 두 가지 토리가 혼용되는 경우도 있다. 수심가토리로 노래하는 배치기소리는 ‘솔’은 사용하지 않으며, ‘레’ 음으로 종지한다. 난봉가토리로 노래할 경우에는 ‘레’를 생략하고 ‘라’로 종지한다. 배치기소리는 서해안 전역에 전승되는 곡이기 때문에 남쪽 지역에서는 경토리ㆍ반경토리ㆍ메나리토리 등의 특성이 섞여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꽹과리·징·북·장구와 같은 악기로 반주 및 간주를 연주하는데, 장단은 약간 느린 3소박 4박자의 굿거리장단에 가깝다. 가창방식은 메기는소리와 받는소리, 이후 농악 간주가 들어가며, 이러한 구조가 반복되는 독특한 형식으로 되어 있다. 지역별로 가창 방식에도 변화가 있는데 2장단을 메기고 3장단을 받은 후 2장단의 농악 연주가 들어가는 형태가 가장 많이 발견되나, 3장단을 메기고 2장단을 받거나 2장단을 메기고 2장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 연행 시기 및 장소 ‘봉죽(봉기)’이란 잡힌 고기의 양을 재는 장대인데, 끝에 오색 종이꽃으로 장식을 달아 만선이 됐음을 알리는 표시로 사용되었다. 서해안에서 조기를 잡아 배의 바닥에 넣어두는데, 여기에 봉죽을 꽂아서 고기가 어느 정도 찼는지를 계산하게 된다. 또한 봉죽으로 만선이 되었음을 알리면, 육지와 바다를 오가면서 고기를 운반하는 중간 상인이 시선배를 가지고 와서 고기를 실어 가게 된다.
봉죽은 풍어의 상징이고, 배치기소리 역시 풍어를 의미한다. 따라서 고기잡이를 마치고 집으로 귀항할 때에도 배에 봉죽을 달고 풍물을 치며 흥겹게 노래를 하고 춤을 추며 들어오는데 이를 ‘배치기’라고 한다. 처음에 조기잡이를 나갈 때에도 배치기를 하고 정초에 뱃고사를 지낼 때, 황해도 무당의 배연신굿이나 풍어굿, 어촌의 마을굿 등에서도 배치기소리를 부르면서 풍어를 기원한다. 무당굿에서의 〈봉죽타령〉은 무당이나 무당의 일행이 부르기도 하지만 선주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동참하여 함께 노래하며 즐기기도 한다.
인천배치기소리
(받는소리) 어에 어에 에여아요 / 농악연주 2장단 (메기는소리) 어여차디여차 닻 감아 메고 칠선바다로1 돈 실러 가잔다 연평 임장군님을 모셔 싣고 남지나바다로2 돈 실러 갑시다 암해 수해3 맞마춰 놓으니 아드려4 바깥에 두둥실 났단다 어여차디여차 닻 감아 미고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가잔다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갑시다 연평바다에 깔린 칠량5 양주만 남기도 다 잡아 실었다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경기도』, 문화방송, 1996, 225쪽.
진도 닻배소리 중 풍장소리
(받는소리) 허어 허어 허허요 / 어허 허으어 어허 / 허하 허어 허어요 (메기는소리) 돈실러 가자 돈실러 가자 / 영광 법성으로 돈실러 가자 뱃쥔 마누라 술동우 이고 /발판 머리서 궁치춤6 친구나 갈바람7 불었다 갈바람 불었다 / 칠산바닥에8 갈바람 불었다 칠산바닥에 들오는 조구는9 우리네 망자로 다 들어온다 든물에10 백만원 썬물에11 백만원 / 안팍 두 물에 수백만 실었다 쥔네 마누라 술동우이고 / 발판 머리서 궁치춤 친구나 황해도 연평 구월산 밑에 / 봉상봉 큰애기들은 /조구 따기가 처량이더라 쥔네 마누라 행조빠치마12/ 어디서 났느냐 여기서 났구나 이물대 꼬작에 봉기를 질리고 / 허룻대에 장화를 띄었네 돛배집 마누라 술동우 이고 / 발판 머리서 궁치춤 치었네 돈 실러가자 돈 실러가자 / 연평바다로 돈 실러가자
1) 칠선바다 : 칠산바다. 전남 영광 앞의 일곱 섬 부근 바다로 고기가 많이 잡혔다고 함.
2) 남지나바다 : 남지나 해. 가창자들은 제주도 밖의 서남간 바다를 남지나바다라고 부름.
3) 암해 수해 : 그물 코에 거는 두 막대기. 암해는 무거운 나무로 만들어 물밑에 가라앉도록 하고 수해는 물위로 뜨도록 함.
4) 아드려 : 선미의 왼쪽.
5) 칠량 : 돈을 뜻한다고 함. 여기서는 고기를 돈으로 부른 것임.
6) 궁치춤 : 궁둥이 춤.
7) 갈바람 : 서풍 또는 남서풍을 뱃사람들이 이르는 말. 갈풍.
8) 칠산바닥 : 칠산바다(七山-). 영광군 낙월도를 비롯한 일곱섬 부근의 바다.
9) 조구 → 조기.
10) 든물 : 민물.
11) 썬물 : 썰물.
12) 행조빠치마 : 행주치마.
『한국민요대전-전라남도』. 문화방송, 1993, 574~575쪽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국가무형문화재(1985) 인천근해 갯가노래뱃노래: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88) 강화 외포리 곶창굿: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1997) 황도 붕기 풍어제: 충청남도 무형문화재(1991) 조도닻배노래: 전라남도 무형문화재(2006) - 〈풍장소리〉
배치기소리는 조기잡이를 마친 어부들이 배에 싣고 다니는 꽹과리ㆍ북ㆍ징 등의 악기를 연주하면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며 이를 알리는 노래이므로 노동요가 아닌 유희요로 분류한다. 향토민요로서는 드물게 농악 연주를 수반하는 노래이며, 농악 연주가 제2의 받는 소리처럼 기능하는 점도 특이하다. 본래 연평도 지역을 중심으로 부르던 황해도의 노래였으나, 널리 전파되면서 여러 지역의 음악적 특징을 반영하여 향토민요가 지니는 고정성과 변화성을 다양하게 드러낸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김순제, 『한국의 뱃노래』, 호악사, 1982. 문화방송, 『한국민요대전』, MBC, 1991~1996. 신은주, 「서해안지역 배치기소리의 토리 고찰」, 『한국민요학』 28, 2010. 이경엽, 「서해안의 배치기소리와 조기잡이의 상관성」, 『한국민요학』 15, 2004.
김혜정(金惠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