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드는자즌한닙, 평성(平聲), 평거대엽(平擧大葉), 막내는잦은한잎, 평거삭엽(平擧數葉)
평거는 『방산한씨금보』에서 ‘평성’으로, 가곡 『현금보』에서는 ‘평거대엽’으로, 『협율대성』에서 ‘평거삭엽’으로 불리기도 하였다.
19세기 후반에 이수대엽의 음악적 특징을 바탕으로 파생된 평거는 가곡 한바탕 가운데 〈중거〉와 더불어 가장 늦게 형성된 곡에 속한다. 이수대엽의 초장은 낮은 음에서 시작하는 반면, 평거는 초장과 5장의 초두를 평성으로 부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외, ‘막드는자즌한닙’, ‘평거대엽’의 이름도 같은 이유이다.
여창가곡이 처음 수록된 악보집인 『삼죽금보』에 오늘날의 〈두거〉에 해당하는 〈우조조임(羽調調臨)〉과 〈계면조임(界面調臨)〉이 실린 것으로 보아, 〈이수대엽〉 선율의 일부를 높여 부르는 ‘거(擧)’ 계열의 노래들을 여창으로도 불렀음을 알 수 있다. 평거라는 곡명은 『현금오음통론』에 처음 나타난다.
한편 신광수(申光洙, 1712~1775)의 『석북집(石北集)』 「관서악부」 제15수에 “처음 들을 땐 온통 태진(太眞, 양귀비) 이야기러니, 지금은 마외(馬嵬, 양귀비가 처형된 곳)의 티끌을 한탄하누나(初唱聞皆說太眞, 至今如恨馬嵬塵)”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은 여창 우조 평거 “일소백미생이”의 노랫말과 일치하는 것이다. 이로 보아 평거를 비롯한 ‘거’ 계열의 가곡들을 여창으로도 부르기 시작한 시기는 악보상에 나타나는 것보다 이른 18세기 후반부터였을 가능성도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삼죽금보』의 이수대엽에서 파생된 우조 평거와 계면조 평거는 19세기 후반의 거문고 악보인 『현금오음통론』과 『학포금보』에 등장하여, 남창 연창의 순서로 수록되었다.
19세기 남창 우조는 『가곡현금보』에 이재(李在, 영조 대)의 “샛별지자”가 수록되었고, 계면조의 사설에는 “반 넘어”가 『방산한씨금보』와 『가곡현금보』에 실렸다. 여창가곡 우조는 『협률대성』에 “이 몸”이 나타나며, 『현금오음통론』에 “누구”, “임술”이 수록되었다. 현재의 남창가곡 중 평거는 20세기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하여 전승되어 우조평거 2곡과 계면평거 2곡이 지금까지 전한다. 남창 우조 평거의 사설에는 “경성출(景星出)” · “눈맞아” · “샛별지자” 등 세 곡이 있고, 계면조 평거의 사설에는 “반 넘어” · “산은” · “말이” 등의 세 곡이 있다. 또한, 19세기 가집인 『가곡원류』 『협률대성』에 의하면 <우조평거삭엽(羽調平擧數葉)>, 우조 평거, 계면조 평거 등 여러 가지 명칭과 함께 노랫말 여러 편이 전한다. 다만, 평거와 <중거>는 『청구영언』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 연행 순서
가곡의 연행순서는 역사적 등장과 무관하지 않으며, 19세기 중반부터 남창과 여창을 교대로 부르기 시작하였다. 남녀창 스물일곱 곡을 연창할 때, 선남창 후여창 순으로 우조와 계면조의 중거와 삼수대엽 사이에 부른다.
남창가곡의 경우, 우조 평거는 우조〈중거〉에 이어 네 번째 곡으로 부르면 그다음 우조〈삼수대엽〉으로 이어진다. 또, 계면조 평거는 계면조〈중거〉와 계면조〈삼수대엽〉사이에 열두 번째로 부른다.
여창가곡 열다섯 곡 전부를 이어 부를 때, 우조 평거는 우조 〈중거〉에 이어 세 번째 곡으로 부르고 그 다음은 우조 〈두거〉로 이어진다. 계면조 평거는 계면조 〈중거〉에 이어 여덟 번째로 부르고, 다음에 계면조 〈두거〉를 부른다.
○ 음악적 특징
우조 평거의 음계는 황종(黃:E♭4), 태주(太:F4), 중려(仲:A♭4), 임종(林:B♭4), 남려(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평거〉는 황종(黃:E♭4), 중려(仲:A♭4), 임종(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룬다. 우조에서는 중려와 태주를, 계면조에서는 임종과 중려를 길게 끈다. 1장의 처음에 ‘각’이 있어서 3박이 더러 생략되기도 한다. 여창 평거는 초장 첫 구가 두 글자뿐인 것이 남창 평거는 물론 다른 가곡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그래서 초장 첫 3박을 건너뛰고 제4박부터 노래를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단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며, 빠르기는 1분당 약 30박으로 가곡 중 약간 느린 속도에 해당한다. 가곡의 가사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ㅐ’나 ‘ㅔ’등의 중모음(重母音)을 ‘아이’, ‘어이’ 등 단모음(單母音)으로 풀어 발음하는 것은 가곡 갈래가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 창법과 반주
창법은 무겁고 존엄하고 곧은 목을 쓰는데, 〈삼수대엽〉까지 대동소이하다. 여창의 경우, 요성을 많이 쓰면서 가늘고 섬세한 속소리를 사용하는 특유의 창법을 사용한다.
노래에 대하여 거문고, 가야금, 세피리, 대금, 해금, 양금, 단소, 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단재비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前奏)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 2장, 3장을 부르고, 짧은 간주(間奏)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4장과 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後奏)였으나, 오늘날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남창 평거
⋅우조 평거 “경성출”
(초장) 경성출(景星出) 향운흥(卿雲興) ᄒᆞ니
(2장) 일월(日月)이 광화(光華)ㅣ로다
(3장) 삼왕예악(三王禮樂)이요 오제(五帝)의 문물(文物)이라
(4장) 사해(四海)로
(5장) 태평주(太平酒) 빗져뉘여 만성동취(萬姓同醉)ᄒᆞ리라
⋅계면조 평거 “반넘어 ”
(초장) 반(半)넘어
(2장) 늙었으니 다시 젊든 못하여도
(3장) 이후란 늙지 말고 매양 이만 하였과저
(4장) 백발이(白髮)이
(5장) 제 짐작하여 더디 늙게 하여라
여창 평거
⋅우조 평거 “일소백미생이”
(초장) 일소백미생(一笑百媚生)이
(2장) 태진(太眞)의 여질(麗質)이라
(3장) 명황(明皇)도 이러므로 만리행촉(萬里行蜀)하였느니
(4장) 지금에
(5장) 마외방초(馬嵬芳草)를 못내 슬워하노라.
⋅계면조 평거 “초강 어부들아”
(초장) 초강(楚江) 어부(漁夫)들아
(2장) 고기 낚아 삼지 마라
(3장) 굴삼려(屈三閭) 충혼(忠魂)이 어복리(魚腹裡)에 들었으니
(4장) 아무리
(5장) 정확(鼎鑊)에 삶은들 익을 줄이 있으랴.
장희선(張希先),한영숙(韓英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