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삭대엽(編數大葉), 편자진한입(編----), 편삭엽(編數葉), 편대엽(編大葉), 계편(界編), 편(編/便)
편수대엽은 주로 장형시조를 10박 편장단으로 촘촘히 엮어 부르는 ‘편’ 계열의 노래이다. 편수대엽은 〈편삭대엽〉이라고도 하고, 〈삭대엽〉의 우리말인 〈자즌한입〉을 붙여 〈편자즌한입〉이라고도 한다.
조선 후기 중형(中型) 시조와 장형(長型) 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ㆍ낙ㆍ편’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가곡 한바탕을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이라고도 한다. 금보에서 편수대엽은 『유예지(遊藝志)』(1800년경)에 처음 나타나며, ‘편’ 계열 노래의 기본형에 해당된다. 그 뒤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의 우조 부분에 〈편수대엽〉이 있으며, 계면조 〈편수대엽〉은 목차에만 보인다. 이후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 사설이 늘어난 부분인 각(脚) 선율과 함께 계면조 〈편수대엽〉이 수록되어 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편수대엽은 여러 고악보에 〈편수대엽〉 또는 〈편〉으로 기록되어 있다. 『삼죽금보』(1841)에는 〈편수대엽〉, 『희유(羲遺)』와『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에는 〈계편〉, 『일사금보(一簑琴譜)』에는 〈편삭음(便數音)〉, 『우헌금보(愚軒琴譜)』, 『아양금보(峨洋琴譜)』, 『서금가곡(西琴歌曲)』(1884년경),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 『학포금보(學圃琴譜)』,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 등에는 〈편〉으로 되어 있으며, 현행에는 편수대엽으로 불린다.
가집에서는 편수대엽의 명칭이 18세기 후반으로 추정되는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부터 보이며, 19세기 가집에서는 대부분 편수대엽이 수록되어 있다. 『흥비부(興比賦)』(19세기 전반)에 〈계편〉, 〈편〉이란 명칭으로 등장하며, 『가곡원류(歌曲源流)』 계열 가집에서는 남창과 여창에 편수대엽이란 명칭으로 노랫말이 수록되어 있다. 여창 편수대엽의 대표악곡인 “모란은”은 18세기 중반 가집인 『해동가요(海東歌謠)』에 〈이수대엽〉으로 수록되어 있고 작가는 김수장이다. 이 사설은 『병와가곡집』부터 편수대엽으로 실려 있고, 『가곡원류』(국악원본)(1872)에서는 여창 계면조 편수대엽으로 명시되어 있다.
현재 전승되는 남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이어졌으며, 그의 계보를 잇는 이주환(李珠煥, 1909~1972) 등 후대 가객들에 의해 보존ㆍ전승되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로는 남창 가곡에 김경배, 이동규가 있고, 여창 가곡에 조순자, 김영기가 있다.
전승되는 악곡으로는 남창 편수대엽에 “진국명산(鎭國名山)”, “낙양성리(洛陽城裡)”, “천금준마(千金駿馬)로”, “천하명산(天下名山)”, “남아(男兒)의”, “남산송백(南山松栢)”, “문독춘추(文讀春秋)”, “화과산수(花果山水)”, “어져 만재(萬載)이여”의 아홉 곡이 있고, 여창 〈편수대엽〉에 “모란(牧丹)은”, “대인난(待人難)”, “모시를”, “오날도”, “월일편(月一片)”, “옥(玉) 같은”, “붉은새”, “문독춘추(文讀春秋)”, “남산송백(南山松栢)”, “저 연화(蓮花)는” 등의 열 곡이 있다.
○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가곡은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편수대엽은 남창 가곡 24곡을 이어 부를 때 〈편락〉 다음에 22번째 곡으로 부른 후 〈언편(言編)〉으로 이어진다. 여창 가곡 15곡을 이어 부를 때에는 〈계락〉 다음에 14번째 곡으로 편수대엽을 부르며 이후 마지막 곡인 〈태평가〉로 이어진다. 남녀가 함께 27곡을 이어 부를 때에는 남창 〈편락〉 다음에 26번째 곡으로 여창 〈편수대엽〉을 부른 후 남녀병병창 〈태평가〉로 마무리한다.
○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장단
편수대엽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이 아닌 10박의 ‘편장단’을 사용한다. 편장단은 16박 장단에서 장구점이 없는 빈 박을 제외하고 실제 타점 10개만을 엮어 만든 것으로, 이로 인해 속도감이 생긴다. 한배는 1분에 70박 내외로, 〈반엽〉의 우조 부분을 제외하고 가장 빠른 곡이다. 가사붙임새는 한 음에 한 글자 또는 여러 글자를 촘촘히 붙여 부른다. 여창에서 편장단으로 부르는 노래는 편수대엽이 유일하다.
㉢ 늘어난 노랫말의 처리
가곡 한바탕의 전반부 곡들이 45자 내외의 단형 시조를 사용하는 것과 달리, 편수대엽은 글자 수가 매우 많은 장형 시조(사설시조)를 노랫말로 사용한다. 늘어난 노랫말을 소화하기 위해 5장 형식의 틀은 유지하되, 제3장이나 제5장의 선율을 확장하는데 이를 ‘각(刻)을 더한다’, ‘각이 늘어났다’고 표현한다. 예를 들어, 편수대엽 “진국명산”은 제3장에 8각, 제5장에 4각을 더하여 부른다.
㉣ 악조
〈편수대엽〉의 악조는 황종(黃:E♭4)ㆍ중려(仲:A♭4)ㆍ임종(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루는 황종 계면조이다. 선율의 구조는 〈평롱〉과 유사하나, 쉬는 박이 없어 빠르게 진행되는 형태를 띤다.
㉤ 창법
〈편수대엽〉의 음역은 최저음이 탁중려(㑖:A♭3)이고 최고음은 청황종(潢:E♭5)으로 한 옥타브에 완전5도 위까지 약 12도의 간격을 가진다. 실제 소리는 여창의 경우 남창 가곡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에서 난다. 가곡 전체로 볼 때는 최저음은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은 청임종(淋:B♭5)이며 이 청임종(淋:B♭5)은 남창 계면조 〈소용〉에 한 번 보이고, 높은 음역을 부르는 남창 우조 〈삼수대엽〉, 우조 〈소용〉, 〈언롱〉, 계면 〈삼수대엽〉에서는 최고음으로 청중려(㳞:A♭5)가 사용된다.
〈편수대엽〉 빠른 10박 장단에 많은 글자를 엮어 불러야 하므로, 정교한 발음과 뛰어난 호흡 조절 능력이 요구된다.
㉥ 반주 악기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1인 1악기만 연주하는 ‘단잽이’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단소나 양금을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황으로도 반주하였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에는 첫 서문에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총 열다섯 곡(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후정화(後庭花), 이후정화(二後庭花), 초수대엽(初數大葉), 이수대엽(二數大葉), 삼수대엽(三數大葉), 소용이(搔聳伊), 편소용이(編搔聳伊), 만횡(蔓橫), 농가(弄歌), 낙시조(樂時調), 편락시조(編樂時調), 편수대엽(編數大葉))에 대해 악곡별로 4자 2구의 한문으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풍도형용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악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다. 풍도형용은 첫 서문과 사설들의 첫 시작인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남창의 곡명 아래에만 적혀 있고, 여창 곡명 아래에는 적혀 있지 않다.
편수대엽의 풍도형용은 남창 편수대엽의 곡명 아래와 십오조목 중 ‘편수대엽’ 항목에 동일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다.
대군구래(大軍驅來) 고각제명(鼓角齊鳴)
많은 군사가 말을 달려오듯, 북과 나팔이 일제히 울리는 듯.
해설: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김영운, 205쪽.
○ 노랫말
남창 편수대엽 “진국명산”
(초장) 진국명산(鎭國名山)// 만장(萬丈)/ -봉(峯)이// - /
(2장) 청천삭출(靑天削出)// 금부용(金芙蓉)/ 이라//
(3장) 거벽(巨壁)은/ 흘립(屹立)허여// 북주삼(北主三)/ 각(角)이요// 기암(奇岩)은/ 두기(陡起)허여// 남안잠(南案蠶)/ 두(頭)로다// 좌룡(左龍)/ 낙산(駱山)// 우호인왕(右虎仁旺)/ 서색(瑞色)은// 반공응상궐(蟠空凝象闕)이요/ 숙기(淑氣)는// 종영출인걸(種英出人傑)허니/ 미재(美哉)라// 아동산하지고(我東山河之固)여/ 성대(聖代)/ 의관(衣冠) 태평문물(太平文物)이// 만만(萬萬)/ 세지금탕(世之金湯)이로// 다/
(4장) 연풍(年豊)// - / -코//
(5장) 국태민(國泰民)/ 안(安)허여// 구추(九秋)/ 황국(黃菊) 단풍절(丹楓節)에// 인유이(麟遊而)/ 봉무(鳳舞)커늘// 면악등(緬岳登)/ 림(臨)허여/ 취포(醉飽)/ 반환(盤桓)허오면서// 감격(感激)/ 군은(君恩)/ /이샷/ -다//
(내용 해설)
(초장) 나라의 진산 만장이나 되는 봉우리가
(2장) 푸른 하늘 높이 치솟아 금빛 연꽃 모양을 이루고 있구나.
(3장) 거대한 벽 우뚝 솟아 북으로 삼각이 주봉을 이루고, 기이한 바위 홀연히 솟아 남으로 남산이 안산이 되었구나. 좌청룡은 낙산이요 우백호는 인왕산인데, 상서로운 기운이 공중에 서려 상서로운 궁궐을 둘렀고, 맑은 기운은 빼어남을 모아 인걸을 내는구나. 아름답구나! 우리 동방 산하의 견고함여, 태평성대의 의관과 문물이 만만세토록 이어갈 굳셀 한양성이로다.
(4장) 해마다 풍년들어
(5장) 국가가 태평하고 백성이 평안하니 가을 황국과 단풍이 좋은 시절에 기린이 노닒을 보려고 멀고 험한 산을 올라 취하며 배불리 먹고 두루 돌아다니면서 임금의 은혜에 감격하오리라.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305-306쪽
여창 편수대엽의 대표곡으로는 “모란은”과 “모시를”이 있다. 이 중 “모란은”은 ‘화편(花編)’이란 제목으로도 불리고, “모시를”은 ‘저편(苧編)’이라고도 한다.
여창 편수대엽 “모란은”
(초장) 모란은// 화중왕/ -이요// - /
(2장) 향일화는// 충신이/ 로다//
(3장) 연화는/ 군자요// 행화 소/ 인이라// 국화는/ 은일사요// 매화 한/ 사로다// 박꽃은/ 노인이요// 석죽/ 화는 소년이라// 규화 무/ 당이요// 해당/ 화는 창녀이로// 다/
(4장) 이중// - / -에//
(5장) 이화 시/ 이요// 홍도/ 벽도 삼색도는// 풍류랑/ 인가// 하노/ -라//
편수대엽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전통을 잇는 우리 고유의 성악 갈래인 가곡 중 하나로,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반영한 정가(正歌)에 속하며, 오늘날 국가 및 지방 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편수대엽은 사설이 길어진 중형 시조나 장형 시조를 노랫말로 하므로 제3장이나 제5장에서 ‘각’을 늘려 부르는 곡이 대부분이다.
신혜선(申惠善),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