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엽은 가곡 중 우조 바탕과 계면조 바탕을 이어 주는 반우반계(半羽半界) 노래이다. 앞부분은 우조, 뒷부분은 계면조이며, 계면조로 바뀔 때 속도도 급격히 느려진다.
반엽을 가리키는 〈율당삭대엽〉이라는 곡명은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에 처음 보인다. 『삼죽금보(三竹琴譜)』(1841)는 〈우롱〉이라는 제목 아래 “속칭 밤엿자즌ᄒᆞᆫ닙”이라고 적고, 곡의 제3장 아래에 계면조로 바뀐다는 취지를 적어 놓아 이 곡이 반엽임을 알 수 있다. 반엽의 음이 변하여[와음(訛音)] 〈밤엿〉 또는 〈밤엿자즌한잎〉이라고도 불렸고, 이를 다시 한문으로 옮겨[한역(漢譯)] 〈율당〉 또는 〈율당삭대엽〉이라고도 한다. 『가곡원류(歌曲源流)』(1872)에도 〈율당삭대엽〉으로 되어 있어, 19세기에는 ‘밤엿’ 또는 ‘율당’으로 주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금옥총부(金玉叢部)』(1885)에는 〈회계삭대엽〉, 『가곡보감(歌曲寶鑑)』(1928)에서는 〈뒤집ᄂᆞᆫ우됴〉 라는 명칭으로도 사용되었다.
○ 역사적 변천 과정
반엽은 19세기 초부터 〈율당삭대엽〉이란 명칭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후 금보에서는 『희유(羲遺)』에 〈우롱 율당대엽〉, 『일사금보(一簑琴譜)』 〈중엇대엽(中旕大葉)〉, 『우헌금보(愚軒琴譜)』에는 〈율당대엽〉, 『아양금보(峨洋琴譜)』에는 〈율당엽〉, 『협률대성(協律大成)』에는 〈반엇삭엽(半旕數葉)〉 등의 표기가 보이며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에 〈율당〉, 『서금가곡(西琴歌曲)』에 〈반엽 율당(返葉 栗糖〉, 『학포금보(學圃琴譜)』에 〈반엽〉,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에 〈반엽〉,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에 〈반엽대엽〉이라는 곡명으로 실렸다.
가집에서는 19세기 중반 가집으로 보이는 『영언(永言)』(규장각본)에 〈반엽삭엽〉이란 명칭 아래 “사장반계면(四章反界面)”의 내용과 함께 실려 있고, 『흥비부(興比賦)』 및 『가곡원류(歌曲源流)』 계통의 가집에는 대부분 〈율당삭대엽〉이라는 곡명을 사용하였으며 제목 아래 “반엇삭대엽이라고도 한다(或稱半旕數大葉)”라고 부기하기도 하였다. 여창만 수록한 『여창가요록(女唱歌謠錄)』 등에는 〈밤엿자진한입〉 등의 한글 명칭이 사용되었다. 오늘날 통용되는 반엽이라는 곡명은 〈반엇(또는 반얼)삭대엽〉의 약칭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승되는 남창 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이어졌으며, 그의 계보를 잇는 이주환(李珠煥, 1909~1972) 등 후대 가객들에 의해 보존ㆍ전승되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로는 남창 가곡에 김경배, 이동규가 있고, 여창 가곡에 조순자, 김영기가 있다.
전승되는 악곡으로는 남창 반엽에 “삼월삼일(三月三日)”과 “흐리나 맑으낫 중에”가 있고, 여창 반엽에 “남하여”와 “담안에”의 두 곡이 있다.
○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가곡은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반엽은 우조 바탕의 마지막 곡으로, 계면조 바탕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우조로 시작하여 곡 중간에서 계면조로 넘어가는 ‘반우반계(半羽半界)’의 노래이다. 반엽을 계면조로 변조하지 않고 우조로 내리 부를 때는 〈우롱〉이라고 하며, 남창 가곡에만 있다.
반엽은 남창 가곡 24곡을 이어 부를 때 우조 〈소용〉 다음에 8번째 곡으로 부른 후 계면조 〈초수대엽〉으로 이어지는데, 반엽 대신 〈우롱〉을 넣으면 계면조의 느린 노래들을 건너뛰고 19번째 〈우락〉으로 넘어간다. 여창 가곡 15곡을 이어 부를 때는 우조 〈두거〉 다음에 5번째 곡으로 반엽을 부른 후 계면조 〈이수대엽〉으로 넘어간다. 남녀가 함께 27곡을 이어 부를 때에는 남창 우조 〈소용〉 다음에 10번째 곡으로 여창 반엽을 부르고 남창 계면조 〈초수대엽〉으로 이어진다.
○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장단
반엽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을 사용하며, 한배는 앞부분인 우조 부분을 1분에 80박의 빠르기로 노래하다가, 계면조로 변조된 이후에는 1분에 30박 정도로 느리게 노래된다. 특히 우조로 부르는 부분은 〈편수대엽〉보다 빨라 부분적으로 보자면 가곡 중 가장 빠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금보 『희유』와 『금전』에서는 반엽의 속도에 대한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희유』에는 〈우롱〉 아래 〈율당대엽〉이란 명칭을 사용하고 있으며, 5장 뒤에 “이 아 계면 장(4장)을 연하여 타되 장단인즉 완완이 타다”라고 쓰여 있다. 이로 보아 반엽은 우조로 빠르게 부르다가 계면조로 넘어가면서 느리게 부르는 곡임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또한 『금전』에서는 ‘삼월삼일’ 중여음 제4박 옆에 ‘界声(계성) 緩拍(완박)’이라 적혀 있고, ‘남하여’는 ‘삼월삼일’과 동일하며, ‘담안에’는 현행 ‘담안에’와 동일하게 2장 후반부에 ‘계성 완박’이라 적혀 있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 악조
반엽의 악조는 우조와 계면조가 한 곡에 나타나는 반우반계의 악조이다. 처음에는 우조로 부르다가 노랫말에 따라 제2장 중간 또는 중여음 제4박부터 계면조로 바뀐다. 우조 부분은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남려(南:C5)의 5음 음계 황종 평조이고, 계면조는 황종(黃:E♭4)ㆍ중려(仲:A♭4)ㆍ임종(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루는 황종 계면조이다.
반엽의 이름 중 『금옥총부』의 〈회계삭대엽〉은 ‘계면조 삭대엽으로 돌아간다’라는 뜻이며, 『가곡보감』의 〈뒤집ᄂᆞᆫ우됴〉는 ‘우조를 뒤집어 계면조로 간다’는 뜻으로 명칭에서도 앞부분이 우조, 뒷부분이 계면조로 부르는 곡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영언』(규장각본)에는 〈율당삭엽〉 제목 아래 ‘사장반계면’이라고 적혀 있어 4장부터 계면조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고, 『협률대성』에는 여창 “남ᄒᆞ여”와 “담안에”에 ‘界’ 표시가 있으며, 『가곡원류』(국악원본)과 『가곡원류』(하합본)에는 남창 “삼월삼일”과 “흐리나맑으나”에 ‘界’ 표시가 있다. 『가곡원류』(하순일본)에는 “삼월삼일”에 ‘界’ 표시가 있고, 『해동가보』(전북대본)에는 “ᄂᆞᆷᄒᆞ여” 한 수에 ‘界’ 표시가 있다.
㉣ 창법
반엽의 음역은 최저음이 탁중려(㑖:A♭3)이고 최고음은 청황종(潢:E♭5)으로 한 옥타브에 완전5도 위까지 약 12도의 간격을 가진다. 실제 소리는 여창의 경우 남창 가곡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에서 난다. 가곡 전체로 볼 때는 최저음은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은 청임종(淋:B♭5)이며 이 청임종(淋:B♭5)은 남창 계면조 〈소용〉에 한 번 보이고, 높은 음역을 부르는 남창 우조 〈삼수대엽〉, 우조 〈소용〉, 〈언롱〉, 계면 〈삼수대엽〉에서는 최고음으로 청중려(㳞:A♭5)가 사용된다.
우조 가곡은 임종(林:B♭4)을 요성하고 중려(仲:A♭4)에서 태주(太:F4)로 퇴요성을 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고, 계면조 가곡은 주로 황종(黃:E♭4)을 요성하며 임종(林:B♭4)에서 중려(仲:A♭4)도 퇴요성을 한다. 종지는 퇴요성된 음으로 우조는 탁태주(㑀:F3), 계면조는 탁중려(㑖:A♭3)이다. 반엽은 계면조로 끝나는 곡이기에 탁중려(㑖:A♭3)로 종지한다.
반엽은 평시조를 노랫말로 삼고 있는 곡으로 가사 한 글자를 길게 끌어서 부르는 ‘일자다음식(一子多音式)’의 선율 구조를 보인다. 노랫말은 ‘ㅐ’나 ‘ㅔ’ 등의 중모음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으로 풀어 발음하는데 이것은 가곡 특유의 발음법으로 가곡이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가곡의 창법은 복식호흡에 의한 창법으로 남창 가곡에서는 속소리를 쓰지 않으며 여창 가곡에만 속소리를 쓴다.
㉤ 반주 악기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1인 1악기만 연주하는 ‘단잽이’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단소나 양금을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황으로도 반주하였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에는 첫 서문에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총 열다섯 곡(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후정화(後庭花), 이후정화(二後庭花), 초수대엽(初數大葉), 이수대엽(二數大葉), 삼수대엽(三數大葉), 소용이(搔聳伊), 편소용이(編搔聳伊), 만횡(蔓橫), 농가(弄歌), 낙시조(樂時調), 편락시조(編樂時調), 편수대엽(編數大葉))에 대해 악곡별로 4자 2구의 한문으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풍도형용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악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다. 풍도형용은 첫 서문과 사설들의 첫 시작인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남창의 곡명 아래에만 적혀 있고, 여창 곡명 아래에는 적혀 있지 않다.
반엽의 풍도형용은 십오조목에는 없고, 남창 반엽인 〈율당삭대엽〉의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십오조목 중 〈만횡(蔓橫)〉과 그 내용이 같다.
설전군유(舌戰群儒) 변태풍운(變態風雲)
여러 선비들이 말다툼 하는 모습이, 바람이나 구름처럼 변화무궁하다.
해설: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5쪽.
○ 노랫말
남창 반엽 “삼월삼일”
(초장) 삼월 삼일(三月三日)// 이백/ -도홍(李白桃紅)// - /
(2장) 구월 구일(九月九日)// 황국/ 단풍(黃菊丹楓)//
(3장) 청렴(靑帘)에/ 술이 익고// 동정(洞庭)/ 에 추월(秋月)인// 저/
(4장) 백옥(白玉)// 배(盃)/ - //
(5장) 죽엽주(竹葉酒)/ 가지고// 완월(玩月)/ 장취(長醉)// 허리/ -라//
(내용 해설)
(초장) 삼짇날의 흰 배꽃과 붉은 복사꽃,
(2장) 중구절(重九節)의 노란 국화와 단풍.
(3장) 주막에 술이 익고 동정호에 가을 달이 비친 때에.
(4장) 백옥으로 만든 술잔에
(5장) 댓잎술을 부어 달을 보고 놀면서 길게 취하리라.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90쪽.
여창 반엽 ‘남하여’
(초장) 남하여// 편지 전/ 치 말고// - /
(2장) 당신이// 제오되/ -여//
(3장) 남이 남/ 의 일을// 못일과저/ - 하랴마// 는/
(4장) 남하// -여/ - //
(5장) 전한/ 편지니// 일동 말/ -동// 하여/ -라//
반엽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전통을 잇는 우리 고유의 성악 갈래인 가곡 중 하나로,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반영한 정가(正歌)에 속하며, 오늘날 국가 및 지방 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반엽은 가곡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과 계면 바탕을 이어 주는 곡으로, 중간에 악조와 빠르기가 함께 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신혜선(申惠善),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