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회상》 계통의 두 번째 악곡으로, 원곡인 〈상령산〉을 변주ㆍ이조하여 형성된 느린 장단의 정악곡.
중령산은 《영산회상》의 둘째 악곡으로, 18세기 후반 ‘영산회상갑탄’에서 비롯되어 ‘중령산’으로 명칭이 정착하였다. 〈상령산〉보다 속도가 빠르고,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ㆍ《삼현영산회상》 모두에 존재하며, 정악의 변주 형식과 장단 체계를 이해하는 핵심 악곡으로 평가된다.

중령산은 18세기 후반 『어은보(漁隱譜)』(1779)에 나타난 〈영산회상갑탄〉에서 기원한다. ‘갑탄(甲彈)’은 “완전 4도 위에서 높게 타는 형식”을 의미하며, 이는 원곡 〈상령산〉을 변주한 선율 구조였다.
19세기 초 『유예지(遊藝志)』에서는 이 선율이 ‘세령산’으로 기록되었고, 19세기 전반 『동대금보(東大琴譜)』(1813)ㆍ『소영집성(韶英集成)』(1822)ㆍ『삼죽금보(三竹琴譜)』(1841) 등을 거치며 ‘중령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였다.

《평조회상》 〈중령산〉은 독자 악보가 처음부터 남아 있지 않았으나, 『삼죽금보』의 〈평조영산회상(平調靈山會像)〉에는 “중령산 이하 5괘법으로 연주(中靈山以下俱用第五棵)”라는 지시를 통해 《(현악)영산회상》 해당 곡을 그대로 이조하여 연주한 것이 확인된다.
《삼현영산회상》 역시 중령산 이하 악곡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체로 《현악영산회상》의 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 개요
중령산은 〈상령산〉과 〈세령산〉 사이에 놓이는 중간 성격의 변주곡이라는 점에서 ‘중(中)령산’이라 명명된 악곡이다. 이 곡은 조선 후기 풍류방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 전통 속에서 연주되었으며, 근현대에 이르러 정악 연주 체계로 계승되었다. 연주 주체는 궁중과 민간의 풍류 연주자를 비롯해 오늘날의 정악단과 줄풍류보존회 등으로 이어진다. 감상곡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며, 교육 현장에서는 줄풍류 및 정악 학습곡으로 사용된다. 또한 편성에 따라 달라져, 《삼현영산회상》에서는 대풍류 음악으로,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에서는 감상 중심의 실내악 및 관현합주곡으로 기능하며 다양한 음악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 소속
① 《현악영산회상》(줄풍류) 중 제2곡에 해당함.
② 《평조회상》(관현합주) 중 제2곡에 해당함.
현재 〈춘앵전〉의 반주 음악으로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염불도드리〉, 〈타령〉 등을 연주함.
③ 《삼현영산회상》(대풍류) 중 제2곡에 해당함.
○ 음악적 특징
① 형식(장 구성ㆍ반복)
중령산은 계통마다 장단 배열이 같고 모두 다섯 장으로 구성된다. 공통적으로 4ㆍ4ㆍ3ㆍ3ㆍ4장단으로 구성되어 총 18장단으로 이루어진다.
현행 중령산은 〈상령산〉 2장 이하의 선율을 주로 4도 높여 변주한 곡이다. 〈상령산〉 제2, 3, 4장 전반, 4장 후반이 각각 중령산 제1, 2, 3, 4장에 해당하고 중령산 제5장은 돌장으로 원래 〈세령산〉에 해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② 장단
중령산은 공통적으로 스무 정간(20박)을 한 장단으로 하며, 6ㆍ4ㆍ4ㆍ6의 네 대강 구조로 이루어진 매우 느린 장단형을 사용한다.
연주 속도는 공통적으로 분당 약 30~33정간 정도로 연주되는데, 〈상령산〉보다 다소 빠르나 느린 속도를 유지한다. 다만 《현악영산회상》과 《평조회상》에서는 제5장 제3각에서 18정간, 제4각에서 10정간으로 변화하여 다음 곡 〈세령산〉의 10정간으로 넘어가는 연결 기능을 한다. 《삼현영산회상》에서는 제5장 끝까지 장단 변화 없이 20정간을 한 장단으로 한다.
《삼현영산회상》의 경우 제1장 제1각에서 합장단을 ‘기덕-쿵’으로 분할하여 치는 ‘갈라치는 장단’이 적용되고, 제2각에서 합장단을 사용한다. 이후 합장단과 ‘갈라치는 장단’이 혼재되어 있다.


③ 음계ㆍ악조
《현악영산회상》의 중령산은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의 다섯 음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변화된 황종 계면조의 5음 음계에 해당한다.
《삼현영산회상》의 중령산은 황종(黃:E♭4)ㆍ협종(夾:G♭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의 다섯 음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황종 계면조의 5음 음계에 해당한다.
반면 《평조회상》 중령산은 탁임종(㑣:B♭3)ㆍ남려(南:C4)ㆍ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이 사용되며, 이러한 구성은 임종 계면조의 음계적 특징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는 악기 음역상 너무 낮은 음을 한 옥타브 위로 올려 연주하기도 한다.
④ 악기 편성
중령산의 악기 편성은 계통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현악영산회상》에서는 거문고ㆍ가야금ㆍ양금ㆍ해금ㆍ단소ㆍ대금ㆍ세피리ㆍ장구로 이루어진 줄풍류 또는 세악(細樂) 편성이 사용되어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을 강조한다.
《평조회상》에서는 가야금ㆍ거문고ㆍ아쟁ㆍ해금ㆍ향피리ㆍ대금ㆍ소금ㆍ장구ㆍ좌고가 참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관현합주 형태를 갖추어 보다 웅장하고 장대한 음향을 구현한다. 《현악영산회상》의 세피리를 향피리로 바꾸고 가야금과 거문고의 수를 늘리며 해금은 원산을 중앙으로, 대금은 역취를 하며 장구는 복판을 쳐서 향피리와 음량을 맞춘다. 대금이나 피리 독주로 자주 연주된다. 《평조회상》을 《현악영산회상》과 같이 세악 편성으로 연주하는 경우 《취태평지곡》이라고 부른다.
《삼현영산회상》(대풍류)에서는 박을 비롯해 향피리ㆍ대금ㆍ해금ㆍ아쟁ㆍ소금ㆍ좌고ㆍ장구 등이 편성되어 관악 중심의 힘찬 음향과 장중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이는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과 구별되는 대풍류 특유의 음색적 특징을 형성한다.
⑤ 연음(延音)
《삼현영산회상》 중령산에서는 향피리가 숨을 고르는 순간에 대금ㆍ해금ㆍ아쟁이 가락을 이어받아 선율을 끊기지 않게 유지하며, 이 때문에 연주자는 다른 악기의 선율 흐름까지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연주해야 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중령산이 문헌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18세기 후반 『어은보』의 ‘영산회상갑탄’이다. 19세기 초 『유예지』에서는 이 선율이 ‘세령산’으로 기록되었고, 19세기 전반 『동대금보』(1813)ㆍ『소영집성』(1822)ㆍ『삼죽금보』(1841) 등을 거치며 ‘중령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였다.
근ㆍ현대에 이르러 〈중령산〉은 국립국악원 정악단, 줄풍류보존회, 각 대학 국악과의 교육ㆍ연주에서 핵심 레퍼토리로 확고히 자리하였다.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ㆍ《삼현영산회상》 각 계통의 모음곡에서 모두 두 번째를 구성하는 대표 악곡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오늘날 정악 교육과 실내악, 관현합주에서 가장 빈번히 연주되는 기악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령산은 한국 정악의 변주 구조를 가장 명확히 보여주는 악곡으로, 〈상령산〉의 정형화된 선율에서 변형ㆍ확장된 독자적 음악 어법의 형성 과정을 담고 있다. 또한 장단 변화(돌장), 음역의 확장, 악조의 변용 등을 통해 정악 변주 체계의 음악적 깊이와 발전 양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영산회상》 체계의 중간 축으로서 전체 모음곡 구조를 조직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중령산은 교육 현장에서 정악 장단 구조, 음계 체계, 줄풍류ㆍ관현합주 비교 학습의 기본 자료로 널리 활용된다. 또한 연음 기법의 대표적 실례로, 관악 및 현악기 간 선율 인계 방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교본 역할을 한다.
『동대금보(東大琴譜)』
『삼죽금보(三竹琴譜)』
『소영집성(韶英集成)』
『어은보(漁隱譜)』
『유예지(遊藝志)』
윤아영(尹娥英),정경조(鄭慶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