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영산회상(管樂靈山會上), 표정만방지곡(表正萬方之曲), 대풍류(-風流)
《영산회상》의 선율을 추출해서 삼현육각 편성으로 연주하는 여덟 곡 구성의 정악곡.
삼현영산회상은 《영산회상》 계통의 한 갈래로, 〈하현도드리〉가 제외된 8곡으로 구성된다. 《현악영산회상》과의 직접적 관계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일반적으로 《현악영산회상》을 원곡으로 보고 그 주요 선율을 관악 중심으로 변주한 형태로 이해한다. 아명은 ‘표정만방지곡’이며, 삼현육각 편성을 기본으로 하여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점차 이행하는 구조를 갖는다. 정재 반주에도 널리 사용되며, 편성과 음향에서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과 뚜렷이 구별되는 음악적 성격을 지닌다. 특히 〈상령산〉과 〈중령산〉에서는 향피리가 주도하고 대금ㆍ해금ㆍ아쟁이 선율을 이어받는 연음기법이 적용되어 독특한 흐름을 형성한다.
삼현영산회상은 《영산회상》 계통에서 파생된 한 갈래로, 그 기원은 조선 성종 24년(1493)에 편찬된 『악학궤범(樂學軌範)』에 보이는 정재 반주 음악 〈영산회상〉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기록에서 〈영산회상〉은 ‘만(慢)’과 ‘영(令)’의 이원적 구조로 제시되며, 향악정재 〈학연화대처용무합설(鶴蓮花臺處容舞合說)〉의 반주 음악으로 사용되었다. 정재에서는 〈영산회상만〉을 연주할 때 무용수와 악공이 함께 ‘영산회상불보살(靈山會相佛菩薩)’의 가사를 노래하고, 박과 대고가 울리면 이어서 〈영산회상령〉을 연주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성악적, 정재 음악적 성격을 지닌 〈영산회상〉이 이후 기악화 과정을 거치며 삼현영산회상의 기반을 이루었다.
○ 개요
《삼현영산회상》은 조선 후기 ‘삼현(三絃)’이라 불리던 기본 편성, 즉 향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모음곡을 가리킨다. 이 악곡은 조선 후기 민간의 풍류 모임과 각종 연향에서 널리 연주되며 전승 기반을 확보하였고, 근ㆍ현대에 들어서는 국립국악원과 각 대학 국악과에서 교육 및 연주 레퍼토리로 정착하였다. 용도 또한 감상, 연주 교육, 공연 프로그램 등으로 다양하며, 대풍류 특유의 관악 중심 음색과 연주 관습을 유지하며 연주된다.
○ 악곡 구성
《삼현영산회상》은 〈상령산〉ㆍ〈중령산〉ㆍ〈세령산〉ㆍ〈가락덜이〉ㆍ〈삼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군악〉의 8곡으로 구성되며, 《현악영산회상》과는 달리 〈하현도드리〉가 포함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가운데 〈삼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은 궁중 정재의 반주음악으로 자주 사용되었다. 특히 〈삼현도드리〉의 첫 두 장단 선율을 변형하여 정재 반주음악 《함녕지곡(咸寧之曲)》으로 활용되었으며, 《함녕지곡》은 〈삼현도드리〉ㆍ〈염불도드리〉ㆍ〈타령〉ㆍ〈군악〉을 연이어 연주하거나, 혹은 앞의 세 곡만을 연이어 연주하는 계열을 통칭하는 아명이기도 하다. 때로는 첫 곡인 〈삼현도드리〉만을 가리키는 명칭으로도 쓰인다. 한편 향당교주(鄕唐交奏)는 본래 향악기와 당악기가 함께 연주함을 의미하나, 《삼현영산회상》에서는 〈상령산〉을 독립적으로 연주할 때의 명칭으로 관용화되어 사용된다.
○ 음악적 특징
① 형식과 장단
《삼현영산회상》 각 악곡은 3~5장의 구조로 이루어지며, 느림에서 빠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는다.
곡명 |
돌장 |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총 |
장단형 |
상령상 |
4장단 |
4장단 |
3장단 |
3장단 |
14장단 |
3분박 20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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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령산 |
4장단 |
4장단 |
3장단 |
3장단 |
4장단 |
18장단 |
3분박 20박 |
|
세령산 |
4장단 |
3장단 |
3장단 |
4장단 |
14장단 |
3분박 10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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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덜이 |
4장단 |
3장단 |
3장단 |
10장단 |
3소박 10박(돌장) |
|||
삼현 |
1장단 |
8장단 |
11장단 |
6장단 |
9장단 |
35장단 |
3분박 10박(돌장) |
|
하현 |
||||||||
염불 |
22장단 |
16장단 |
6장단 |
7장단 |
51장단 |
3소박 6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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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령 |
8장단 |
7장단 |
6장단 |
5장단 |
26장단 |
3분박 4박(또는 12박) |
||
군악 |
10장단 |
9장단 |
23장단 |
6장단 |
48장단 |
3분박 4박(또는 12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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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장단
《삼현영산회상》의 장단 구조는 악곡의 진행에 따라 점차 짧아지고 속도가 빨라지는 특징을 보인다.
〈상령산〉과 〈중령산〉은 20정간(20박)을 한 장단으로 하며, 6ㆍ4ㆍ4ㆍ6의 4대강으로 이루어진 매우 느린 장단을 사용한다. 〈세령산〉과 〈가락덜이〉는 10정간(10박)을 한 장단으로 하는 3ㆍ2ㆍ2ㆍ3의 4대강 구조를 지닌다. 〈삼현도드리〉와 〈염불도드리〉는 6정간(6박)을 한 장단으로 하는 2ㆍ1ㆍ1ㆍ2의 4대강 구조를 갖는다. 마지막의 〈타령〉과 〈군악〉은 12정간(12박)을 한 장단으로 하거나, 3정간(3분박)씩 4대강으로 나뉘는 4박 구조로 이해되기도 한다.
연주 속도는 악곡에 따라 뚜렷한 단계성을 보이며, 〈상령산〉은 분당 약 20~25정간의 매우 느린 속도로 시작하여, 〈중령산〉은 약 30~33정간, 〈세령산〉은 약 38~45정간, 〈가락덜이〉는 약 40~45정간, 〈삼현도드리〉는 약 45~50정간, 〈염불도드리〉는 약 60~70정간, 〈타령〉은 약 90~96정간, 〈군악〉은 약 110~120정간에 이르는 빠른 장단으로 마무리된다.
장단 운용에서도 악곡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상령산〉은 제1장 제1각에서 합장단이 사용되며, 이후에는 합장단을 ‘기덕-쿵’으로 분할하여 연주하는 ‘갈라치는 장단’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정재 반주에서는 10박 단위의 향당교주형 장단으로 변형되기도 한다. 〈중령산〉 역시 제1장 제1각에서 ‘갈라치는 장단’을 사용하고 제2각에서 합장단을 적용하는 등 두 장단이 혼재한다.
〈가락덜이〉는 제3장 제3각에서 장단이 일시적으로 8정간으로 축소되는데, 이는 뒤따르는 〈삼현도드리〉의 6정간 장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위한 구조적 전환부로 기능한다.
〈삼현도드리〉는 변형 장단이 다수 포함되어 리듬 변화가 두드러지고, 〈타령〉 또한 기본 장단과 변형 장단이 병존하여 다양한 리듬적 변이가 나타난다. 마지막 곡인 〈군악〉은 특히 제3장과 제4장에서 변형장단이 사용되며 장단 운용의 역동성이 강화된다.
③ 음계ㆍ악조
《삼현영산회상》의 음계는 전반적으로 황종을 중심으로 한 계면조적 오음음계를 기반으로 한다.
〈상령산〉에서는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의 다섯 음이 주로 사용되며, 이는 변화된 형태의 황종계면조 오음음계로 볼 수 있다.
〈중령산〉에서 〈타령〉에 이르는 구간에서는 황종(黃:E♭4)ㆍ협종(夾:G♭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으로 이루어진 황종계면조 오음음계가 유지된다.
〈군악〉에서는 음계 운용이 두드러지게 달라진다. 제1~2장단은 탁임종(㑣:B♭3)ㆍ남려(南:C4)ㆍ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의 다섯 음을 사용하며, 제3장 이후에는 남려(南:C4)ㆍ황종(黃:E♭4)ㆍ태주(太:F4)ㆍ고선(姑:G4)ㆍ임종(林:B♭4)으로 음계가 전환된다.
특히 〈군악〉 제3장의 제13~23장단은 이른바 권마성(勸馬聲) 구간으로, 피리가 고음역을 질러 올려 연주하는 구간이다. 권마성은 본래 높은 지위의 인물이나 가마ㆍ말 행렬이 지나갈 때 앞에서 외치던 소리를 의미한다. 이 구간에서 피리는 임종(林:B♭4)에서 청황종(潢:E♭5)으로 질러 올린 후 다섯 장단 동안 지속하고, 한 장단의 쉼과 변형장단을 거쳐 다시 청태주(汰:F5)와 청황종(潢:E♭5)을 번갈아 세 장단 동안 반복한 뒤 임종(林:B♭4)으로 종지한다.
④ 악기 편성
삼현육각 편성은 본래 향피리 두 명, 대금 한 명, 해금 한 명, 북 한 명, 장구 한 명으로 이루어진 여섯 명 편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삼현영산회상》(대풍류)에서는 이 기본 틀에 박을 비롯한 향피리ㆍ대금ㆍ해금ㆍ아쟁ㆍ소금ㆍ좌고ㆍ장구 등이 함께 편성되어, 관악을 중심으로 한 힘차고 장중한 음향이 형성된다. 이러한 대풍류 편성은 현악 중심의 《현악영산회상》이나 관현합주 편성의 《평조회상》과 분명히 구별되는 음색적 특성을 이룬다. 특히 향피리는 연주 시 한 구멍씩 치켜 잡는 주법을 사용한다.
⑤ 연음(延音)
《삼현영산회상》 〈상령산〉에서는 합주 시 제1장 제1각 첫 열 정간은 타악기만 연주하며, 제11정간에서 피리가 선율을 시작하고, 다른 악기는 제15정간부터 합류하는 독특한 진행 방식을 보인다. 〈중령산〉에서도 연음이 사용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향피리가 숨을 고르는 순간에는 대금ㆍ해금ㆍ아쟁이 가락을 이어받아 선율을 끊기지 않게 유지하며, 이 때문에 연주자는 다른 악기의 선율 흐름까지 정확히 이해한 상태에서 연주해야 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삼현영산회상》은 관악 중심의 대풍류 연주 관습 속에서 형성된 모음곡으로, 향피리ㆍ대금ㆍ해금ㆍ장구ㆍ북을 기본으로 하는 삼현육각 편성이 정착되면서 ‘삼현영산회상’이라는 명칭이 확립되었다. 이후 조선 후기와 근대 전환기에도 민간 풍류와 궁중 연향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주되었으며, 근ㆍ현대에 들어서는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각 대학 국악과 교육ㆍ연주에서 핵심 레퍼토리로 자리하였다. 아울러 정재 반주음악으로도 활용되면서 오늘날까지 중요한 정악 모음곡으로 전승되고 있다.
삼현영산회상은 한국 정악에서 관악 중심의 대풍류 전통을 가장 온전히 보존한 모음곡으로, 조선 후기 풍류 문화의 연주 관습을 파악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으로 전개되는 계주 구조와 선율 변주 체계는 한국 기악 모음곡 형식 연구의 중요한 근거가 되며, 정악 교육과 연주 실천에서 필수적 레퍼토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향피리가 주도하는 선율 운용과 관악기 간 연음 기법은 다른 《영산회상》 계열과 구별되는 음악적 특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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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영(尹娥英),정경조(鄭慶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