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령산(小靈山), 삭령산(數靈山), 영산회상이층제지(靈山會上二層除指), 잔영산(-靈山), 잔녕산(--山), 세영산(細靈山)
《영산회상》 계통의 세 번째 악곡으로, 원곡인 〈상령산〉ㆍ〈중령산〉의 변주 기반으로 형성된 10박 한 장단의 정악곡.
세령산은 《영산회상》의 세 번째 악곡으로, 〈중령산〉의 선율을 10정간 장단으로 압축ㆍ변형해 형성된 변주곡이다. 19세기 초반 『유예지』의 ‘영산회상이층제지’로 처음 나타나 19세기에 소령산ㆍ삭령산 등의 이름으로 전승되었으며, 오늘날에는 세령산으로 통칭된다. 10정간 장단의 경쾌하고 응축된 구조를 통해 상령산, 중령산과 대비되는 독자적 성격을 지니며, 줄풍류ㆍ관현합주 등에 폭넓게 연주된다.
세령산의 시초는 『유예지(遊藝志)』(1806–1813)에 수록된 〈영산회상이층제지〉로, 이는 〈영산회상(靈山會上)〉(현행 상령산)ㆍ〈세령산(細靈山)〉(현행 중령산)의 뒤를 잇는 변주곡으로 기록된다.

이 선율은 이후 『동대금보(東大琴譜)』(1813)에서 〈삭령산(數靈山)〉,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서는 〈소령산(小靈山) 잔녕산〉으로 변화했고,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 『학포금보(學圃琴譜)』(19세기 후반)에서 오늘날의 이름 세령산으로 자리잡았다.

《평조회상》 세령산은 독자 악보가 처음부터 남아 있지 않았으나, 『삼죽금보』의 〈평조영산회상(平調靈山會像)〉에는 “중령산 이하 5괘법으로 연주(中靈山以下俱用第五棵)”라는 지시를 통해 《(현악)영산회상》 해당 곡을 그대로 이조하여 연주한 것이 확인된다.
《삼현영산회상》 역시 〈중령산〉 이하 악곡의 정확한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대체로 《현악영산회상》의 계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 개요
세령산의 ‘세(細)’는 가늘고 조밀하다는 뜻으로, 〈중령산〉보다 더욱 압축된 장단과 촘촘한 선율 구조를 지닌 악곡의 성격을 반영한다. 이 곡은 조선 후기 풍류방을 중심으로 한 실내악 전통 속에서 연주되었으며, 근현대에 이르러 정악 연주 체계로 계승되었다. 연주 주체는 궁중과 민간의 풍류 연주자를 비롯해 오늘날의 정악단과 줄풍류보존회 등으로 이어진다. 감상곡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며, 교육 현장에서는 줄풍류 및 정악 학습곡으로 사용된다. 또한 편성에 따라 달라져, 《삼현영산회상》에서는 대풍류 음악으로,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에서는 감상 중심의 실내악 및 관현합주곡으로 기능하며 다양한 음악적 역할을 담당하였다.
○ 소속
① 《현악영산회상》(줄풍류) 중 제3곡에 해당함.
생소병주(생황ㆍ단소) 및 양소병주(양금ㆍ단소) 등 다양한 중주 편성으로 자주 연주됨.
② 《평조회상》(관현합주) 중 제3곡에 해당함.
현재 〈춘앵전〉의 반주 음악으로 〈상령산〉, 〈중령산〉, 〈세령산〉, 〈염불도드리〉, 〈타령〉 등을 연주함.
③ 《삼현영산회상》(대풍류) 중 제3곡에 해당함.
○ 음악적 특징
① 형식
세령산은 계통마다 장단 배열이 같고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된다. 공통적으로 4ㆍ3ㆍ3ㆍ4장단으로 구성되어 총 14장단으로 이루어진다. 현행 세령산은 〈중령산〉 5장 중 제2, 3, 4장이 각각 세령산 제1, 2, 3장에 해당하고 세령산 제4장은 돌장으로 〈가락덜이〉와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② 장단
세령산은 공통적으로 열 정간(10박)을 한 장단으로, 3ㆍ2ㆍ2ㆍ3의 네 대강 구조로 이루어진 장단형을 사용한다. 세령산은 20박의 〈중령산〉을 10박의 빠른 템포로 변주한 것으로, 〈중령산〉의 간음을 덜어내고 〈중령산〉처럼 7괘를 짚고 타나 비교적 높은 음은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연주 속도는 공통적으로 분당 약 38~45정간 정도로 연주되는데, 〈중령산〉보다 다소 빠르며 10박 체계를 유지한다.
③ 음계ㆍ악조
《현악영산회상》의 세령산은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의 다섯 음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변화된 황종 계면조의 5음 음계에 해당한다.
《삼현영산회상》의 세령산은 황종(黃:E♭4)ㆍ협종(夾:G♭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무역(無:D♭5)의 다섯 음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이는 황종 계면조의 5음 음계에 해당한다.


반면 《평조회상》 세령산은 탁임종(㑣:B♭3)ㆍ남려(南:C4)ㆍ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이 사용되며, 이러한 구성은 임종 계면조의 음계적 특징을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실제 연주에서는 악기 음역상 너무 낮은 음을 한 옥타브 위로 올려 연주하기도 한다.
④ 악기 편성
세령산의 악기 편성은 계통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현악영산회상》에서는 거문고ㆍ가야금ㆍ양금ㆍ해금ㆍ단소ㆍ대금ㆍ세피리ㆍ장구로 이루어진 줄풍류 또는 세악(細樂) 편성이 사용되어 부드럽고 섬세한 음색을 강조한다.
《평조회상》에서는 가야금ㆍ거문고ㆍ아쟁ㆍ해금ㆍ향피리ㆍ대금ㆍ소금ㆍ장구ㆍ좌고가 참여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관현합주 형태를 갖추어 보다 웅장하고 장대한 음향을 구현한다. 《현악영산회상》의 세피리를 향피리로 바꾸고 가야금과 거문고의 수를 늘리며 해금은 원산을 중앙으로, 대금은 역취를 하며 장구는 복판을 쳐서 향피리와 음량을 맞춘다. 대금이나 피리 독주로 자주 연주된다. 《평조회상》을 《현악영산회상》과 같이 세악 편성으로 연주하는 경우 《취태평지곡》이라고 부른다.
《삼현영산회상》(대풍류)에서는 박을 비롯해 향피리ㆍ대금ㆍ해금ㆍ아쟁ㆍ소금ㆍ좌고ㆍ장구 등이 편성되어 관악 중심의 힘찬 음향과 장중한 분위기를 드러내며, 이는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과 구별되는 대풍류 특유의 음색적 특징을 형성한다.
○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세령산이 문헌에 최초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18세기 전반 『한금신보(韓琴新譜)』의 변주형인 ‘영산회상환입’와 ‘영산회상제지’를 거쳐, 19세기 초 『유예지』의 ‘영산회상이층제지’에서이다. 19세기 전반 『동대금보』(1813)ㆍ『삼죽금보』(1841) 등에 〈소령산〉으로 수록되었고, 19세기 후반 『현금오음통론』(1886), 『학포금보』에 세령산이라는 이름으로 정착하였다.
근현대에 이르러 세령산은 국립국악원 정악단, 줄풍류보존회, 각 대학 국악과의 교육ㆍ연주에서 핵심 레퍼토리로 확고히 자리하였다. 《현악영산회상》ㆍ《평조회상》ㆍ《삼현영산회상》 각 계통의 모음곡에서 모두 세 번째를 구성하는 대표 악곡으로 전승되고 있으며, 오늘날 정악 교육과 실내악, 관현합주에서 가장 빈번히 연주되는 기악곡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령산은 《영산회상》 모음곡 가운데 가장 응축된 리듬 구조(10정간)를 갖는 곡으로, 한국 정악의 장단의 축소(20정간→10정간)ㆍ변형 기법을 대표한다. 〈상령산〉ㆍ〈중령산〉과 함께 삼단 구성의 선율 구조를 이루며, 변주곡 형성 과정, 관현ㆍ세악 편성의 확장적 적용 등을 분석하는 데 핵심적 자료가 된다. 또한 빠르고 조밀한 장단 속에서 연음, 선율 교대 등 정악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 음악사적으로 중요한 변주곡적 성격을 지닌다.
윤아영(尹娥英),정경조(鄭慶祚)