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 지역 전문 음악인들에 의해 연행되는 성악곡
서울·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승되는 전문 예능인의 음악으로, 좌창에 해당하는 12잡가와 통속민요를 들 수 있다. 경기민요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악곡으로는 〈창부타령〉·〈노랫가락〉·〈베틀가〉·〈한강수타령〉·〈아리랑〉·〈풍년가〉 등을 들 수 있다. 이 곡들은 대부분 5음음계의 경기 지방 음악 어법인 진경토리·신경토리(이상 창부타령조)·반경토리(베틀가조)와 세마치나 굿거리장단을 사용하며, 유절형식이다.
경기민요는 서울과 경기도 지역의 사회적・문화적 배경 속에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하여 형성된 음악으로, 경기 지역민들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향토민요에서부터 비롯하였다. 조선 말 전문 예능인이 등장하면서, 이들이 12잡가 다음으로 많이 연행했던 음악이 통속민요이다. 통속민요는 사당패 등과 같은 소리패들에 의해 불렸던 노래나 기존의 향토민요를 전문 예능인들이 세련되게 다듬어 공연 및 감상을 목적으로 만든 악곡을 포함한다. 그리고 개화기 이후 방송이나 음반 등과 같은 대중매체에 활용할 목적으로 새롭게 만든 신민요 또한 포함한다.
○ 역사적 변천과 전승 민요(民謠)는 ‘민중의 노래’를 뜻하며, 민중들 사이에서 발생하여 그들에 의해 변화되면서 전승 되어왔다. 그러나 조선 말 서울・경기 지방에 전문 예능인들에 의해 가창된 ‘잡가’가 발생하고, 이는 기층 민중들의 감상용 음악으로 널리 유행한다. 잡가 연행 집단 중 좌창을 불렀던 집단의 전문 예능인들이 12잡가 외에 불렀던 갈래가 향토민요와는 다른 성격의 민요인 통속민요이다. 경기민요가 불리는 서울과 경기는 조선 시대 수도였던 한양이 위치한 곳으로, 오랜 시간 우리나라의 중심지였으므로 화폐 유통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근대식 서구 문물이 가장 먼저 유입된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경기민요에 해당하는 잡가나 통속민요와 같은 전문 음악인들의 레퍼토리는 초창기 라디오 방송이나 유성기 음반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면서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대중화 역시 일찍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천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는 경기민요는 교육 기관 등에서 경기민요만을 전문적으로 부르는 민요 창자들을 양성하면서 이들에 의해 널리 퍼졌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넓은 분포 양상을 보인다. ○ 음악적 특징 - 악조 경기 지역 통속민요에서는 진경토리·신경토리(창부타령조)·반경토리(베틀가조) 등 세 가지 음조직이 쓰인다. 진경토리는 ‘솔(sol)-라(la)-도′(do′)-레′(re′)-미′(mi′)’의 5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음계의 최저음인 ‘솔(sol)’로 끝을 맺는다. 신경토리는 진경토리와 구성음은 동일하지만, 노래를 마칠 때에는 음계의 중간에 위치하는 ‘도′(do′)’음으로 종지한다. 신경토리가 ‘도′(do′)로 종지하는 것은 서양음악 혹은 변격선법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반경토리는 ‘라(la)-도′(do′)-레′(re′)-미′(mi′)-솔′(sol′)’의 5음음계이며, 하행하면서 음계의 최저음인 ‘라(la)’로 종지한다. 경기 통속민요의 세 음조직은 구성음 중 생략하는 음이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선율은 주로 순차진행하고, 음계를 구성하는 다섯 음 중 어느 한 음을 특정하게 떨어주는 현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경기 명창들에 의해 불리는 통속민요 중 진경토리 악곡은 <창부타령>·<노랫가락>·<긴아리랑>·<구조아리랑>·<도라지>·<늴리리야>·<청춘가>·<태평가>·<양산도>·<방아타령> 등, 신경토리 악곡은 <아리랑>·<풍년가>·<노들강변>·<는실타령>·<군밤타령>·<자진방아타령> 등, 반경토리 악곡은 <베틀가>·<경복궁타령>·<오봉산타령>·<한강수타령>·<천안삼거리> 등이 있다. 이들 중 진경토리 악곡의 <긴아리랑>과 <양산도>, 반경토리 악곡 중 <천안삼거리>와 <한강수타령>은 각각 음조직의 최저음보다 낮은 음들이 출현하고 있어, 다른 악곡들에 비해 음역대를 넓게 활용하고 있다. - 장단 경기지역 통속민요는 굿거리와 세마치·자진타령·도드리 등 여러 장단이 활용된다. 이 중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단은 굿거리이며, 그 다음으로 세마치, 자진타령(볶는타령) 순이다. 굿거리장단을 사용하는 악곡은 <창부타령>·<늴리리야>·<청춘가>·<태평가>·<베틀가>·<오봉산타령>·<한강수타령>·<천안삼거리>·<풍년가> 등이다. 세마치장단 사용 악곡은 <도라지>·<방아타령>·<양산도>·<노들강변> 등이다. <는실타령>은 타령장단을, <자진방아타령>·<경복궁타령>·<군밤타령> 등은 자진타령(볶는타령)장단을 사용한다. 이외에 <노랫가락>은 시조의 장단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민요들과 달리 독특한 장단을 가지고 있으며, <긴아리랑>이나 <이별가>와 같이 느리게 부르는 악곡은 박자가 불규칙하다. <유산가>·<적벽가>·<선유가> 등 12잡가는 대부분 도드리장단이다. 이와 같이 경기 통속민요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단은 우리나라 민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3분박 4박자의 굿거리장단이다. - 형식과 구성 경기 통속민요는 대부분 후렴을 가진 유절형식이며, 여러 명이 함께 노래할 때는 앞소리, 즉 본절은 독창으로 부르고, 뒷소리에 해당하는 후렴은 앞소리 부르는 창자를 제한 가창자들이 제창 방식으로 노래한다. 특히 앞소리는 독창으로 부르기 때문에 가창자마다 사설과 선율의 변화를 주어 즉흥성과 유동성이 나타나는 반면에, 제창으로 부르는 후렴은 사설과 선율의 고정성을 가지고 있다. 느린 속도의 불규칙 박자로 구성된 <긴아리랑>과 같은 노래나, <노랫가락>과 같이 독특한 방식의 장단을 활용하는 노래들은 독창으로 부른다. 경기 지역의 통속민요는 전문 음악인 즉 경기 명창들에 의해 가창되므로, 대부분 관현악기의 반주를 수반하고, 일정한 장단에 맞추어 노래하며, 음역이 넓고, 다양한 장식음과 시김새를 사용하고 있어, 세련성과 화려함을 엿볼 수 있다.
1920~1930년대에는 서울・경기지역에서 서도음악이 인기를 얻으면서 많은 서도명창들이 서울에서 활동하였기 때문에, 경기 명창들이 서도 명창들과 함께 공연활동을 하거나 서도소리를 배워 노래하는 경우가 있어, 경기 명창과 서도명창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아 ‘경서도명창’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경기 통속민요 중 다수의 악곡에서 서도지역 음악어법이 나타나는데, 이는 유성기음반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특히 12잡가는 대부분 서도의 음조직인 수심가조로 부른다.
국가무형유산 경기민요(1975)
김영운·김혜리,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국립문화재연구소, 2008.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20. 이창배, 『한국가창대계』, 홍인문화사, 1976. 김혜정, 「경기도 사람들의 소리와 노래」, 『경기의 민속문화』, 국립민속박물관, 2015.
이윤정(李侖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