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은 전반부에 우조의 곡을 부르고 후반부에 계면조의 곡으로 이어 부르는 데, 우락은 후반부의 ‘소가곡’이라고 하는 ‘농ㆍ낙ㆍ편’ 부분에서 우조로 부르는 ‘낙’ 계열의 노래이다.
조선 후기 중형(中型) 시조와 장형(長型) 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弄)ㆍ낙(樂)ㆍ편(編)’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가곡 한바탕을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小歌曲)’이라고도 한다. 소가곡 중에서는 ‘낙’ 계열의 노래가 ‘농’과 ‘편’ 계열의 노래들보다 먼저 생겼다. ‘낙’ 계열의 노래는 『창랑보(滄浪譜)』(일명 『어은보(漁隱譜)』(1779))에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라는 곡명으로 처음 보인다. 그러나 이 곡은 이름과 달리 지금의 〈계락(界樂)〉과 유사한 악곡으로 밝혀졌다. 〈우락〉에 해당하는 음악은 가야금 악보집인 『졸옹가야금보(拙翁伽倻琴譜)』(일명 『졸장만록(拙庄漫錄)』(1796))에 〈우조낙시조〉라는 곡명으로 처음 나오고, 〈우락〉이라는 곡명은 19세기 초 『유예지(遊藝志)』(1800년경)에 처음 보인다. 가집에서는 『청구영언(靑丘永言)』(진본(珍本), 1728)에 〈낙시조〉라는 명칭으로 처음 등장한다.
○ 역사적 변천 과정
우락은 18세기부터 〈낙시조〉라는 명칭으로 나타나기 시작한다. 19세기에 들어서도 이 명칭은 일정 기간 유지되어, 『강외금보(江外琴譜)』, 『금보』(소창본), 『삼죽금보(三竹琴譜)』(1841) 등에서는 〈우조낙시조〉로,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에서는 우조 부분에 〈낙수조〉로 표기되어 있다. 특히 『소영집성』의 〈낙수조〉 아래에는 ‘속칭낙시조(俗稱樂時調)’라는 부기가 있어, 19세기 전반까지 ‘낙시조’라는 명칭이 일반적으로 통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 악보에는 변조 양상의 선율까지 기보되어 있다. 이후 『희유(羲遺)』, 『우헌금보(愚軒琴譜)』, 『아양금보(峨洋琴譜)』, 『일사금보(一簑琴譜)』, 『협률대성(協律大成)』, 『서금가곡(西琴歌曲)』(1884년경),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1886), 『학포금보(學圃琴譜)』,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1893),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1916) 등 19세기 금보 대부분에서는 ‘우락’이라는 명칭이 정착되어 사용되었다.
가집에서도 18세기 후반의 『시조(時調)』(단대본)에 〈낙시조〉 “죠오다가 낙시대를”이라는 구절이 보이는 등 〈낙시조〉라는 곡명이 여전히 쓰였으나, 19세기 전반 『영언(永言)』(규장각본)부터는 우락이라는 명칭으로 전환되었다. 이후 『가곡원류(歌曲源流)』(1872) 계통의 가집에서는 모두 우락이라는 명칭이 사용되었다.
현재 전승되는 남창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이어졌으며, 그의 계보를 잇는 이주환(李珠煥, 1909~1972) 등 후대 가객들에 의해 보존ㆍ전승되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로는 남창 가곡에 김경배, 이동규가 있고, 여창 가곡에 조순자, 김영기가 있다.
전승되는 악곡으로는 남창 우락에 “조다가”, “임으란”, “이선(李禪)이”의 세 곡이 있고, 여창 우락에 “바람은”, “제갈량(諸葛亮)은”, “만경창파지수(萬頃蒼波之水)에”, “물아래”, “유자(柚子)는”, “앞논의”, “군불견(君不見)” 등 일곱 곡이 있다.
○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가곡은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우락은 남창 가곡 24곡을 이어 부를 때 〈계락(界樂)〉 다음에 19번째 곡으로 부른 후 〈언락(言樂)〉으로 이어진다. 여창 가곡 15곡을 이어 부를 때는 〈평롱(平弄)〉 다음에 11번째 곡으로 우락을 부른 후 〈환계락(還界樂)〉으로 이어진다. 우조로 된 악곡이지만 우조 부분에서 부르지 않고, 계면조 부분에서 〈평롱〉과 〈환계락〉사이에 부른다. 여창 〈평롱〉과 여창 〈환계락〉은 우락을 사이에 두고 두 곡 모두 우락 선율을 사용하여 변조를 하는 곡이다. 남녀가 함께 27곡을 이어 부를 때에는 남창 〈언락〉 다음에 24번째 곡으로 여창 우락을 부른 후 남창 〈편락(編樂)〉으로 이어진다.
○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장단
우락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을 사용하며, 한배는 1분에 55박~60박 내외의 빠르기로 노래된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우락이나 〈계락〉에서 각이 늘지 않고 가사만 늘어나는 경우 촘촘히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 늘어난 노랫말의 처리
‘낙’ 계열의 곡들도 ‘농’ 계열의 곡들과 마찬가지로 45자 내외의 단형 시조보다 긴 중형 시조를 주로 노래한다. 늘어난 노랫말을 소화하기 위해 5장 형식의 틀은 유지하되, 제3장이나 제5장의 선율을 확장하는데 이를 ‘각(刻)을 더한다’, ‘각이 늘어났다’고 표현한다. 다만, 남창 우락 “조다가”는 노랫말이 길지 않아 각을 더하지 않고 부른다. 대체로 〈계락〉은 각이 늘지 않는 반면 우락이나 〈언락〉은 대부분 각을 늘려 노래 부른다.
㉣ 악조
우락은 우조로 된 노래이다. 가곡의 우조는 ‘우조 평조(羽調平調)’의 준말로, 5음 음계 황종평조에 해당한다. 음계는 황종(黃:E♭4)ㆍ태주(太:F4)ㆍ중려(仲:A♭4)ㆍ임종(林:B♭4)ㆍ남려(南:C5)의 5음으로 구성된다. 제2장과 제4장은 임종(林:B♭4)으로 종지하고, 제5장은 우조의 모든 가곡처럼 중려(仲:A♭4)에서 태주(太:F4)로 종지한다.
㉤ 창법
우락의 음역은 최저음이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이 청황종(潢:E♭5)으로 한 옥타브에 단7도 위까지 약 14도의 간격을 가진다. 실제 소리는 여창의 경우 남창 가곡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에서 난다. 가곡 전체로 볼 때 최저음은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은 청임종(淋:B♭5)이며 이 청임종(淋:B♭5)은 남창 계면조 〈소용〉에 한 번 보이고, 높은 음역을 부르는 남창 〈삼수대엽〉, 우조 〈소용〉, 〈언롱〉, 계면 〈삼수대엽〉에서는 최고음으로 청중려(㳞:A♭5)가 사용된다.
노랫말은 ‘ㅐ’, ‘ㅔ’ 등 중모음을 ‘아이’, ‘어이’ 등 단모음으로 풀어 발음하는데 이것은 가곡 특유의 발음법으로 가곡이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특히 여창 우락은 초장 첫 음을 ‘속소리’로 가볍게 낸 후 즉시 ‘진성’으로 떨어뜨려 여창 특유의 음색을 매력적으로 드러낸다. 시김새는 우조 〈이수대엽〉과 유사하나 훨씬 빠르게 구사하여 우조의 씩씩한 느낌을 강조하며, 제5장 종지 부분에서 우조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탁중려(㑖:A♭3)에서 탁태주(㑀:F3)로 하행할 때 퇴성이 사용된다.
㉥ 반주 악기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1인 1악기만 연주하는 ‘단잽이’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단소나 양금을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황으로도 반주하였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에는 첫 서문에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총 열다섯 곡(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후정화(後庭花), 이후정화(二後庭花), 초수대엽(初數大葉), 이수대엽(二數大葉), 삼수대엽(三數大葉), 소용이(搔聳伊), 편소용이(編搔聳伊), 만횡(蔓橫), 농가(弄歌), 낙시조(樂時調), 편락시조(編樂時調), 편수대엽(編數大葉))에 대해 악곡별로 4자 2구의 한문으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풍도형용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악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다. 풍도형용은 첫 서문과 사설들의 첫 시작인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남창의 곡명 아래에만 적혀 있고, 여창 곡명 아래에는 적혀 있지 않다.
우락의 풍도형용은 남창 우락의 곡명 아래와 십오조목 중 ‘낙시조’ 항목 아래에 동일한 내용으로 기재되어 있다. 그중 〈낙시조〉의 풍도형용은 다음과 같다.
요풍탕일(堯風湯日) 화란춘성(花爛春城)
요임금과 탕임금 시대의 세상처럼 꽃이 만발한 봄 동산 같다.
해설: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5쪽.
○ 노랫말
남창 우락 “조다가”
(초장) 조다가// 낚싯대/ 를 잃// 고/
(2장) 춤추다가// 되롱이를/ 잃의//
(3장) 늙으니/ 망녕으란// 백구(白鷗)/ 야 웃지 마// 라/
(4장) 십 리(十里)// 에/ - //
(5장) 도화(桃花)/ 발(發)허니// 춘흥(春興)/ 겨워// 허노/ - 라//
(해설)
(초장) 졸다가 낚싯대를 잃어버리고
(2장) 춤추다가 도롱이(비옷)를 잃어버렸구나.
(3장) 늙은이가 정신이 흐려져서 한 일을 두고서 갈매기야 웃지 마라.
(4장) 십리에
(5장) 복사꽃이 피었으니 봄철에 절로 일어나는 흥취를 참기 어렵구나.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311~312쪽
여창 우락의 대표적인 노랫말인 “바람은”은 18세기 중반 김천택이 편찬한 『해동가요(海東歌謠)』에서부터 보이며, 박효관ㆍ안민영이 편찬한 『가곡원류』(국악원본)(1872) 에서는 남창 〈언락〉과 여창 우락의 사설로 수록되어 그 역사적 연원을 확인할 수 있다.
여창 우락 “바람은"
(초장) 바람은// 지동치/ 듯 불// 고/
(2장) 구진 비는// 붓드시/ 온다//
(3장) 눈 정에/ 거룬 님을// 오날 밤/ 서로 만나자 하고// 판 첩/ 처서 맹세 받았더니// 이 풍우/ 중에 제 어이오// 리/
(4장) 진실// 로/ - //
(5장) 오기 곧/ 오량이면// 연분/ 인가// 하노/ -라//
우락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전통을 잇는 우리 고유의 성악 갈래인 가곡 중 하나로,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반영한 정가(正歌)에 속하며, 오늘날 국가 및 지방 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소가곡 중 ‘농ㆍ낙ㆍ편’ 계열 가운데, 가장 먼저 고악보에 나타나는 것은 ‘낙’ 계통의 악곡이며, 우락은 우조로 된 ‘낙’을 뜻한다. ‘낙’은 ‘낙시조’ 또는 ‘낙수조’라고도 불리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낙수(落水)’처럼 부드럽고 유려한 선율적 특성을 지닌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창 우락은 속소리와 진성의 교차가 자주 반복되며, 여창 특유의 섬세하고 맑은 음색미를 잘 보여 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신혜선(申惠善),최선아(崔仙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