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면낙시조(啓眠樂時調/界面樂時調), 낙시조(樂時調), 낙수조(落水調)
가곡은 전반부에 우조(羽調)의 곡을 부르고 후반부에 계면조(界面調)의 곡으로 이어 부르는데, 〈계락〉은 후반부에 ‘소가곡(小歌曲)’이라고 하는 ‘농(弄)ㆍ낙(樂)ㆍ편(編)’ 부분에서 계면조로 부르는 ‘낙’ 계열의 노래이다.
조선 후기 중형(中型)시조와 장형(長型)시조가 등장하면서, 긴 사설을 부르기 위해서 기존의 노래에서 선율이 확대되고 장단에 변화를 준 ‘농ㆍ낙ㆍ편’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가곡 한바탕을 부를 때 후반부에 불리며, ‘소가곡’이라고도 한다. 소가곡 중에서는 ‘낙’ 계열의 노래가 ‘농’과 ‘편’ 계열의 노래들보다 먼저 생겼다. ‘낙’ 계열의 노래는 『창랑보(滄浪譜)』(일명 『어은보(漁隱譜)』(1779))에 〈우조낙시조(羽調樂時調)〉라는 곡명으로 처음 보인다. 그러나 이 곡은 이름과 달리 지금의 〈계락〉과 유사한 악곡으로 밝혀졌다.
가집에서는 『청구영언(靑丘永言)』(진본(珍本))(1728)에 〈낙시조〉라는 명칭으로 처음 보인다.
① 역사적 변천 과정
금보에서 〈계락〉이라는 곡명은 19세기 초 『유예지(遊藝志)』에 처음 보인다. 『소영집성(韶英集成)』(1822)에서는 〈낙수조〉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매 장마다 윗부분에 악조가 적혀 있어 이 곡이 〈계락〉임을 알 수 있다. 19세기 전반 『강외금보(江外琴譜)』에는 〈계면(啓眠)낙시조〉로, 『금보』(소창본)과 『삼죽금보(三竹琴譜)』(1841)에는 〈계면(界面)낙시조〉로 출현하며, 『희유(羲遺)』, 『우헌금보(愚軒琴譜)』, 『협율대성(協律大成)』, 『서금가곡(西琴歌曲)』,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 『학포금보(學圃琴譜)』,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에는 모두 〈계락〉이라는 명칭으로 수록되어 있다.
18세기 가집에는 〈낙시조〉 또는 〈낙희조(樂戱調)〉로, 19세기에 들어서는 거의 모든 가집에 〈계락〉이라는 명칭으로 통용되었다.
현재 전승되는 남창 가곡은 대부분 하규일(河圭一, 1867~1937)을 통해 이어졌으며, 그의 계보를 잇는 이주환(李珠煥, 1909~1972) 등 후대 가객들에 의해 보존ㆍ전승되고 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가곡 보유자로는 남창 가곡에 김경배, 이동규가 있고, 여창 가곡에 조순자, 김영기가 있다.
전승되는 악곡으로는 남창 〈계락〉에 “철총마(鐵驄馬) 타고”, “솔아래”, “남산(南山)에”, “화란(花暖) 요지(瑤地)”, “주국(周國) 태왕(太王)이”, “옥전요궁(玉殿瑤宮)”의 여섯 곡이 있고, 여창 〈계락〉에 “청산(靑山)도”, “청산리(靑山裡)”, “노세 노세”, “바람도”, “병풍(屛風)에”, “한 자(字) 쓰고” 등 여섯 곡이 있다.
② 연행 방식
가곡은 풍류방에서 연주되던 성악곡으로, ‘풍류’란 조선 후기 지식층 음악애호가들이 연주하던 음악 중 합주 음악을 가리키던 말이다. 이들을 ‘율객’ 또는 ‘풍류객’이라 불렀으며, 특히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을 ‘가객(歌客)’이라고도 하였다. 가곡은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삼아 부르는 성악곡으로 관현합주에 맞추어 남창, 여창, 남녀병창으로 부르던 노래이다.
③ 가곡 한바탕에서의 가창 위치
가곡은 한바탕을 이어 부를 때, 우조 바탕으로 시작하여 계면조 바탕으로 이어진다. 〈계락〉은 남창 가곡 24곡을 이어 부를 때 〈평롱(平弄)〉 다음에 18번째 곡으로 부른 후 〈우락(羽樂)〉으로 이어지는데, 이때 〈우락〉을 부르기 위해 〈계락〉 5장에서 우조로 변조한다. 여창 가곡 15곡을 이어 부를 때는 〈환계락(還界樂)〉 다음에 13번째 곡으로 〈계락〉을 부른 후 〈편수대엽(編數大葉)〉으로 이어지며, 편장단으로 이어지기 위해 〈계락〉 5장에서 10박 장단으로 장단을 바꿔 부른다. 남녀가 함께 27곡을 이어 부를 때에는 여창 〈평롱〉 다음에 21번째 곡으로 남창 〈계락〉을 부르며 전체를 기본 16박 장단에 계면조로 부른다.
④ 음악적 특징
㉠ 형식
전체 5장으로 구성되며, 전주인 대여음(大餘音)에 이어 초장ㆍ제2장ㆍ제3장을 부르고, 간주인 중여음(中餘音)에 이어 제4장과 제5장을 마저 부른다. 대여음은 본래 노래가 다 끝난 뒤 연주하는 후주였으나, 현행 가곡에서는 전주로 연주된다.
㉡ 장단
〈계락〉은 가곡의 기본 장단인 16박 장단을 사용하며, 한배는 1분에 55박~60박 내외의 빠르기로 노래된다. 가곡의 가사 붙임새는 ‘어단성장(語短聲長)’이라 하여, 실사(實辭)에 해당하는 낱말을 촘촘히 붙이고 조사 등 허사(虛辭)를 길게 끄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계락〉이나 〈우락〉에서 각이 늘지 않고 가사만 늘어나는 경우 촘촘히 발음하는 경우도 있다.
㉢ 늘어난 노랫말의 처리
‘농’, ‘낙’ 계열의 곡들은 일반적으로 글자 수가 많은 중형ㆍ장형 시조를 부르기 위해 제3장이나 제5장의 선율을 확장하는 ‘각(刻)을 더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남창 〈계락〉 “철총마”는 중형 시조를 노래하면서도 각을 더하지 않고 본래의 음악 틀에 맞춰 부르는 예외적인 특징을 보인다. ‘농’ 계통의 노래와 〈우락〉, 〈언락〉 등은 중형 시조를 주로 부른다. 즉 〈우락〉은 ‘각’이 늘어나는 노래인 데 반해, 〈계락〉은 전승된 노래 대부분 각이 늘어나지 않은 곡이다. 즉 〈계락〉은 노랫말에 따라 선율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선율은 그대로 두고 노랫말을 촘촘히 배치하여 노래 부르는 경우가 많다.
㉣ 악조
〈계락〉의 악조는 황종(黃:E♭4)ㆍ중려(仲:A♭4)ㆍ임종(林:B♭4)의 3음이 골격을 이루는 황종 계면조이다. 제5장에서 모든 계면조 가곡처럼 낮은 음역의 탁임종(㑣:B♭3)에서 탁중려(㑖:A♭3)로 종지한다. 〈계락〉은 남창 가곡을 이어 부를 때 〈평롱〉 다음에 〈계락〉을 부른 후 〈우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5장에서 우조로 변조한다. 여창 가곡을 이어 부를 때는 〈환계락〉 다음에 부르며 〈편수대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5장에서 10박 장단으로 바꿔 부른다. 남녀창이 함께 이어 부를 때는 여창 〈평롱〉 다음에 남창 〈계락〉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전체를 기본 16박 장단에 계면조로 부른다. 가곡을 연창할 때, 노래 중간에 계면조에서 우조로 변조하는 악곡으로 남창 〈계락〉 외에 여창 〈평롱〉이 있다. 이러한 변조 양상의 구체적인 사례는 19세기 초 거문고 악보인 『소영집성』에서 처음 보인다.
㉤ 창법
〈계락〉의 음역은 최저음이 탁중려(㑖:A♭3)이고 최고음이 청황종(潢:E♭5)으로 한 옥타브에 완전5도 위까지 약 12도의 간격을 가진다. 실제 소리는 여창의 경우 남창 가곡보다 한 옥타브 높은 음역에서 난다. 가곡 전체로 볼 때 최저음은 탁태주(㑀:F3)이고 최고음은 청임종(淋:B♭5)이며 이 청임종(淋:B♭5)은 남창 계면조 〈소용〉에 한 번 보이고, 높은 음역을 부르는 남창 우조 〈삼수대엽〉, 우조 〈소용〉, 〈언롱〉, 계면 〈삼수대엽〉에서는 최고음으로 청중려(㳞:A♭5)가 사용된다.
노랫말은 ‘ㅐ’나 ‘ㅔ’ 등의 중모음을 ‘아이’ㆍ‘어이’ 등 단모음으로 풀어 발음하는데 이것은 가곡 특유의 발음법으로 가곡이 성립한 조선 중기 국어 발음의 잔영으로 보인다.
특히 여창 〈계락〉은 곡의 첫 시작을 임종(林:B♭4)에서 중려(仲:A♭4)로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내려오는 퇴성으로 시작하여 계면조의 멋을 즉각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첫 음을 ‘속소리’로 낸 후 ‘진성’으로 연결하는 기법, 제2장에서 청황종(潢:E♭5)의 높은 음을 구사하는 점, 그리고 다른 곡들과 달리 제4장을 중간 음역인 임종(林:B♭4)으로 차분하게 시작하는 점 등 다채롭고 섬세한 창법이 특징이다.
㉥ 반주 악기
가곡은 거문고ㆍ가야금ㆍ세피리ㆍ대금ㆍ해금ㆍ양금ㆍ단소ㆍ장구 등 관현악 편성의 악기를 1인 1악기만 연주하는 ‘단잽이’로 구성하여 반주한다. 단소나 양금을 추가 편성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생황으로도 반주하였다.
㉦ 가지풍도형용
『가곡원류』에는 첫 서문에 ‘가지풍도형용십오조목(歌之風度形容十五條目)’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총 열다섯 곡(초중대엽(初中大葉), 이중대엽(二中大葉), 삼중대엽(三中大葉), 후정화(後庭花), 이후정화(二後庭花), 초수대엽(初數大葉), 이수대엽(二數大葉), 삼수대엽(三數大葉), 소용이(搔聳伊), 편소용이(編搔聳伊), 만횡(蔓橫), 농가(弄歌), 낙시조(樂時調), 편락시조(編樂時調), 편수대엽(編數大葉))에 대해 악곡별로 4자 2구의 한문으로 그 내용이 적혀 있다.
이 풍도형용은 노래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해당 악곡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것이다. 풍도형용은 첫 서문과 사설들의 첫 시작인 곡명 아래에 적혀 있는데 남창의 곡명 아래에만 적혀 있고, 여창 곡명 아래에는 적혀 있지 않다.
〈계락〉의 풍도형용은 별도로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낙 계통의 악곡인 ‘낙시조’의 풍도형용은 다음과 같다.
요풍탕일(堯風湯日) 화란춘성(花爛春城)
요임금과 탕임금 시대의 세상처럼 꽃이 만발한 봄 동산 같다.
해설: 김영운, 『개정증보판 국악개론』, 음악세계, 205쪽.
⑤ 노랫말
남창 〈계락〉 “철총마”
(초장) 철총마(鐵驄馬) 타고// 보라(甫羅)매/ - 받고// - /
(2장) 백우장전(白羽長箭)// 천근각궁(千𧣊角弓)/ 허리에 띠고//
(3장) 산 넘어/ 구름 지나// 꿩 사냥/ 허는 저 한가(閑暇)헌 사// 람/
(4장) 우리// 도/ - //
(5장) 성은(聖恩)/ 갚은 후에// 너를/ 좇아// 놀리/ - 라//
(내용 해설)
(초장) 철총마 타고 보라매 받고
(2장) 흰 색의 깃을 단 긴 화살과 천근이나 되는 각궁 허리에 차고.
(3장) 산 넘어 구름 지나 꿩 사냥하러 가는 저 한가한 사람이여
(4장) 우리도
(5장) 임금님의 크신 은혜를 갚고 난 다음에는 당신을 따라 놀고 싶구나.
해설: 성무경 교주, 『19세기 초반 가곡 가집, 『영언』, 보고사, 2007, 269쪽.
여창 가곡 〈계락〉 “청산도”의 노랫말을 5장 형식으로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설을 수록하고 있는 『청구영언』이나 『해동가요』같은 많은 가집들에는 작가명에 ‘송시열’이라고 되어 있다.
(초장) 청산도// 절로/- 절// 로 /
(2장) 녹수라도// 절로/ 절로//
(3장) 산 절로/ 절로 수 절로 절로// 산수간에/ 나도 절로 절// 로 /
(4장) 우리// 도 / - //
(5장) 절로 절로/ 자란 몸이니// 늙기도/ 절로 절로// 늙으리/ - 라 //
〈계락〉은 신라 향가와 고려가요의 전통을 잇는 우리 고유의 성악 갈래인 가곡 중 하나로, 전통사회 상류층의 미의식과 문화를 반영한 정가(正歌)에 속하며, 오늘날 국가 및 지방 무형유산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소가곡 중 ‘농ㆍ낙ㆍ편’ 계열 가운데, 가장 먼저 고악보에 나타나는 것은 ‘낙’ 계통의 악곡이며, 〈계락〉은 계면조로 된 ‘낙’을 뜻한다. 특히 〈계락〉의 선율은 궁중 정재(呈才)의 창사(唱詞)로도 사용되어, 조선 후기 가곡이 궁중 음악으로 유입ㆍ수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가곡: 국가무형유산(1969)
가곡(남창): 인천광역시 무형유산(1995)
가곡(여창): 인천광역시 무형유산(2006)
가곡(여창가곡): 대전광역시 무형유산(2002)
가곡: 경상북도 무형유산(2003)
가곡: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2013)
가곡: 대구광역시 무형유산(2023)
가곡: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2010)
『강외금보(江外琴譜)』
『금보(琴譜)』(소창본)
『방산한씨금보(芳山韓氏琴譜)』
『소영집성(韶英集成)』
『삼죽금보(三竹琴譜)』
『서금가곡(西琴歌曲)』
『우헌금보(愚軒琴譜)』
『유예지(遊藝志)』
『창랑보(滄浪譜)』(일명 어은보(漁隱譜))
『청구영언(靑丘永言』(진본(珍本))
『학포금보(學圃琴譜)』
『현금오음통론(玄琴五音統論)』
『협율대성(協律大成)』
『휘금가곡보(徽琴歌曲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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