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학궤범(樂學軌範)』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산형은 악기 그림(현악기는 줄, 관악기는 지공) 위에 소리내는 음의 위치를 표시하였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는 현악기의 줄 수와 관악기의 지공 수를 기록하였고, 각 현이나 지공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에 관한 정보가 없다. 그림을 이용한 설명 방법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사용된 것이 조선 세종(재위, 1418~1450) 때의 그림(판화)으로 그려 설명한 『삼강행실도』(1434) 인 점에서 악기의 ‘산형’이 사용된 것은 세종 이후로 추정된다.
〇 개요
산형은 악기의 소리내는 음을 시각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음의 위치, 지공 상태, 줄과 괘의 위치 등을 도식화한 도표 형식의 악보 기호이다. 『악학궤범』에서는 각 악기별 구조적 특성에 맞게 산형을 제시하여, 연주자가 음의 상관관계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였다. 현악기의 산형은 줄(가야금) 또는 줄과 괘(거문고) 위에 음의 명칭을 표기하고, 관악기의 산형은 음 아래쪽에 지공의 열고 닫힘(開閉)을 표시하였다.
〇 개념 적용의 범주
『악학궤범』에서 산형이 제시된 악기는 관악기 14종과 현악기 10종으로 구분된다. 관악기는 관(管)ㆍ약(籥)ㆍ화(和)ㆍ생(笙)ㆍ우(竽)ㆍ적(篴)ㆍ훈(塤)ㆍ지(篪)ㆍ당적(唐笛)ㆍ당피리[唐觱篥]ㆍ퉁소[洞簫]․대금(大笒)ㆍ소관자(小管子)ㆍ향피리[鄕觱篥]이며, 현악기는 금(琴)ㆍ슬(瑟)ㆍ월금(月琴)ㆍ당비파(唐琵琶)ㆍ해금(奚琴)ㆍ대쟁(大箏)ㆍ아쟁(牙箏)ㆍ현금(玄琴)ㆍ향비파(鄕琵琶)ㆍ가야금(伽倻琴)이다. 이에 반해, 편종ㆍ편경ㆍ방향 등의 타악기와 지공이 없는 관악기인 소(簫)에는 산형이란 용어 없이 율자만으로 음을 표시하였다.
〇 (음악적) 유형
산형은 크게 현악기와 관악기로 나눌 수 있다. 현악기의 산형은 줄(가야금) 또는 줄과 괘(거문고) 위에 음의 명칭을 표기하고, 관악기의 산형은 음 아래쪽에 지공의 열고 닫힘(開閉)을 표시하였다. 향악을 연주할 때는 현악기의 조(key)에 따라 조현이 달라지고, 관악기는 지공 사용이 달라지므로, 『악학궤범』은 당비파ㆍ해금ㆍ아쟁ㆍ현금ㆍ향비파ㆍ가야금ㆍ대금에서는 악조별 산형을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〇 유형별 (음악적) 구성과 특징
가장 다양한 악조의 산형을 제시한 악기는 거문고이다. 『악학궤범』에는 거문고의 산형이 낙시조평조, 우조평조, 낙시조계면조, 우조계면조, 최자조, 탁목조, 궁조, 상조, 각조, 청풍체 이상 10종에 달한다. 『금합자보(琴合字譜)』(1572)는 『악학궤범』의 산형 체계를 거의 그대로 계승하였으나, 『양금신보(梁琴新譜)』(1610)에서는 평조산형과 우조산형 두 종만을 수록하고, 나머지 8종은 사용되지 않았다. 한편 『현금동문류기(玄琴東文類記)』(1620)에서는 ‘조성금보 조현법’, ‘조성의 낙시조 조현법’과 ‘우조 조현법’이 글로 제시되었고, ‘박근소전 조현법, 산형’ 항목을 별도로 수록하였다. 조선 후기에는 산형의 종류가 점차 평조와 우조의 2종으로 축소되었고, 도해 대신 ‘조현법’의 글로 대체되었다.
〇 역사적 변천 및 현황
조선 후기 이후 산형은 점차 악보 내에서의 시각적 도식 기능을 상실하고, 글로 설명하는 조현법 형태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일부 악보에서는 여전히 산형이 보조적인 시각적 도식으로 활용되었다. 19세기 초 『유예지(遊藝志)』에는 양금 악보의 ‘양금도’와 생황 악보의 ‘생황안공도’가 산형으로 수록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일부 정간보에서는 산형이 여전히 그림 형태로 제시되며, 일부 정간보와 오선악보에서는 오선보 조현으로 대체하고 있다. 악기별로 대금은 ‘안공법’ 또는 ‘안공표’, 피리는 ‘운지법’에 지공의 개폐로 나타낸 산형이 쓰이고 있다. 가야금은 ‘조현법’을 오선악보로, 양금은 ‘양금도해’로 제시하고 있다.
김우진(金宇振)